올해 노벨화학상은 리튬이온 전지 개발과 상업화에 지대한 역할을 한 존 구니너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와 마이클 스탠리 휘팅엄 빙햄턴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가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현재 대부분의 2차 전지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함으로써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로 한 발 다가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차 전지는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1.5볼트 건전지와 같이 한 번 쓰면 다시 사용하지 못하는 1차 전지와 달리 다시 충전하여 수천 번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차 전지가 없었더라면 태양에너지는 단순히 옷을 건조시키는 용도, 풍력에너지는 풍차(물레방아) 등에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이런 생활에 큰 도움을 준 2차 전지도 기본 원리는 1차 전지와 같다. 기본적으로 양극에 있는 + 전하가 음극에 있는 - 전하와 만나서 그 반응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양극재료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노벨상으로 받은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을 LiCoO₂의 리튬코발트산화물을 사용하였고 음극재료를 흑연을 사용하여 산화환원(충방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기본적으로는 + 전하와 - 전하가 만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등이나 난로 등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 - 의 필연적 만남이 있어야 한다.

재료공학에선 이런 + 와 - 의 만남이 숱하게 많다. 가장 흔한 예는 바로 금속의 부식(산화) 과정이다. 모든 금속은 항상 - 전하를 받아들여 안정한 상태로 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성질로 인해 금속제품을 오랜 시간을 놔두게 되면 대기 중에 반응성이 큰 수소, 산소, 질소 등과 반응하여 부식(산화)이 되는 것이다. 부식이 된다는 것을 바로 + 전하가 - 전하를 만나 안정화되는 과정이다. 금속의 산화를 한 번에 발생시킬 수도 있는데 이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우주선이나 로켓의 고체 원료(추진체)다. 불꽃놀이도 바로 금속의 산화(+와 -의 급속한 반응)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 재료공학에서는 바로 이 +, -의 만남을 조절하여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금속과 세라믹 재료를 만들어낸다. 금속 원소는 지구 내부에서는 고열에 의해 마그마 용융 상태로 있다가, 지각 활동으로 분출되면 우리가 사용 가능한 자원(원광석)을 얻게 된다. 이때 금속광물은 금을 제외하고는 안정한 복합화합물(수소, 산소, 규소 등의 복합화합물) 상태로 얻어지는데, 이 복합산화물을 다양한 공정으로 환원하여 순금속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알루미늄(Al)은 보크사이트라는 원광석을 환원하여 얻는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산소와 쉽게 반응, 알루미나(Al₂O₃)로 안정화된다. 알루미나는 요즘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고온 열차단재, 전기 절연재로 사용하거나 반도체 기반 소재로 사용한다. 알루미늄과 알루미나는 결국+와-의 절묘한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자연에서의 +, -의 반응은 우리 인간사에서도 적용된다. 소위 말하는 동양철학의 ‘음양사상’과 일치한다. 우리가 잘 아는 남녀의 만남, 하늘과 땅, 동서양의 조화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 +, -의 만남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너무나도 복잡한 상황에 끝이 없을 것 같은 좌우, 진보와 보수와의 갈등이 있다. 그러나 이 갈등도 결국은 +, -가 합쳐 유용한 전기 에너지를 발생하듯 서로 반응이 된다면 우리에게 유용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 우리 남한과 북한도 절묘한 화학반응을 한다면 그 에너지 발생 효과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사회적 갈등의 에너지를 경제 분야에서 분출하여 ‘한국의 기적’을 이루어왔다. 이제 이 +, -의 반응의 힘을 경제 분야에서 정치, 사회 분야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남북한이 평화 조성 에너지로 활용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자연 상의 모든 에너지가 +, -의 만남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 상황도 점차 +, -의 만남으로 더 큰 에너지를 발생할 것이고, 곧 안정화될 것이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