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운 게 아니라 해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의 비중이 해마다 위축되는 문제다. 어제 부산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은 34개사에 그쳤다. 전년의 38개사보다 4개 줄었고, 2009년의 48개사에 비해서는 14개 감소한 수치다. 2008년 55개사로 정점을 찍은 이래 지속적인 하락세이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내용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1000대 기업에 든 부산의 34개사 중 20곳은 전국 매출 500위권 밖에 있다. 또 부산 내 매출 10위권 중 전국 순위가 오른 기업은 DGB생명보험과 SM상선 2곳에 머물렀다. 서원유통이 233위를 그대로 유지한 걸 제외하고 7개사는 매출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들 34개사의 총매출은 31조3689억 원으로 전국 1000대 기업 총매출의 1.4%에 불과하고, 업체당 평균은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 정도로 부산 기업의 전국 위상이 초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지표의 부산 기업 수가 30개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간 경고음이 계속 울렸음에도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나빠지고 있어서다. 반면 수도권 초집중화는 거의 제어불능 상태다. 지난해 1000대 기업 중 수도권이 753개(서울 543개, 경기 176개, 인천 34개)에 이른다. 전년 734개사보다도 19개 늘었다. 비수도권과의 불균형 개선을 아무리 외쳐도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부산경제가 오랜 기간 침체를 겪는 것도 이런 기업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 내 웬만한 기업들의 매출 규모와 전국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어서는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 가계소득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변화와 신성장 동력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부산시가 대기업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실효성 있도록 펼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