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이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도 함께 증가했다. 개인이 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배우는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라는 이름의 끊을 수 없는 밧줄로 서로 묶여 있었다. 가족은 작은 사회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 대가족이 모여 마을공동체를 이룬다. 작은 사회는 개인의 효율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사회의 존재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남겨야 했고, 이해되지 못하거나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동들은 사라져야 했다. 개인의 자유와 표현은 정해놓은 가족의 존재와 명예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했다.

그러한 문화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이방인들은 배척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르게 말하면 각자는 각자의 권력과 역할을 가지고 스스로가 감당해야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가족이라는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사회의 문화와 연결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강요당하면서 맞춰진 사람으로 성장해나간다. 자신의 기질과 이상에 적합한 역할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 내에서의 역할은 선택되지 않은 올가미였다.

거대한 규모의 가족단위가 이제는 1인가구로 변화했고, 그 1인이 감당해야 하는 과제와 책임은 가분수처럼 기괴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물론 대물림되어 오던 많은 전통적 관습은 사라지고 소규모 가족에 적합한 형태로 문화도 변했지만, 여전히 그 1인이 감당해야하는 몫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다 보니 그 1인의 역량과 경험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많아지게 되었다. 희미해진 과거 대가족의 구조 속에서 배우던 경험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 어디에도 없다.그 대신 수많은 정보가 있는 스마트폰 세상을 통해서 사회를 배우고 세상을 준비해나간다. 결국 우리는 사회를 스마트폰으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체험과 경험은 감정을 동반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느끼는 감정의 간접체험이기 때문에 그 괴리감은 생각보다 크다.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는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는 고통스러운 구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사회 속에서의 따뜻함이나 가족과 사회의 구조를 배워나갈 과정이 어려워졌다는 것 또한 안타깝다. 마을공동체와 지역공동체 등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곳을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많아졌지만, 우리는 공동체라는 것을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어떤 형태의 희생 없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인간성이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편리함은 증진되었지만, 협력과 상생을 배울 수 있는 공동체의 인간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희미해진 공동체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화방식과 감정의 교류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겨야 하지 않을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신뢰를 배우고, 협력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경험,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우리는 잊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허전하다.

나 또한 그러한 경험들을 많이 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교류를 쉽게 하지 못하고 매번 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태생적인 부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간으로서의 공허함을 언제나 느끼게 된다. 비슷한 과정에서의 실패로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게 되는 그런 과정이 반복된다.

세상은 어느 한 가지 부분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거대한 힘에 의한 변화는 기존 것들을 모두 바꾸어버린다.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서 문화와 사회 구조는 변화하게 된다. 대가족 시스템을 변화시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진로상담문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