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과 목포의 국립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2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한국의 수중보물, 타임캡슐을 열다’라는 제목으로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건져 올린 480여 점의 엄선된 보물급 문화재를 전시한다.

지난번 칼럼의 동삼동 패총에 관한 글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동삼동 출토 통나무 배 모양 토기도 포함된다. 이것은 당시 바다가 인간에게 많은 먹거리를 내어줌과 동시에 사람과 물품을 수송할 수 있는 통로의 기능을 동시에 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풍랑이나 안개, 조류, 암초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바다를 이용한 것은 요즘 표현으로 가성비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 창녕 비봉리 패총에서는 실제 통나무를 깎아 만든 신석기시대의 배가 출토되어 이미 인간의 수로이용이 빈번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반도는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하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수많은 배가 오갔다. 먼 바다를 건너던 국제 무역선,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운반하던 조운선, 지방에서 만들던 도자기를 나르던 자기 운반선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그 중 일부는 거친 바다의 힘을 이기지 못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난파선이 되는 비극을 맞았으나, 난파선은 이 같은 비극에 머물지 않고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를 오롯이 담은 ‘바닷속 타임캡슐’로 현재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닷속 난파선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중국의 청자화병을 통해 확인된 ‘신안 보물선’으로, 이듬해 시작된 본격적인 수중발굴의 계기가 된다. 이 배는 14세기 당시 중국의 닝보(寧波)항을 출발해 일본의 교토로 향하던 중 고려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중국 무역선이다. 당시 중국 각지에 주문하여 수집한 다양한 도자기 2만5000여 점과 금속공예품, 석제품, 향신료, 한약재 등과 함께 동남아시아산 자단목 1000여 점 및 중국 동전 800만 개도 확인되었다.

이 ‘신안선’을 필두로 우리 주변 바다에서는 지난 43년간 모두 14척의 침몰선박이 확인되었으며, 건져진 유물은 10만 점이 훨씬 넘는다. 거의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려청자는 10세기 우리나라 중서부 지방에서 제작되기 시작하여 11세기에는 전라도 강진과 부안지역이 주된 생산지가 된다. 청자의 대량 유통은 대부분 바닷길을 통했다. 군산 십이동파도와 태안, 완도 바다에서 발견된 침몰선은 도자기 운반선으로 각각 8000, 2만5000, 3만 점이상의 청자가 실려 있었다. 이 중에서 태안선의 청자가 가장 질이 좋은 중·상급으로 일상용 대접, 접시 외에도 발우 향로, 벼루와 같은 고급 물품도 포함되어있다.

한편 태안선에서는 처음으로 고려 시대 목간이 확인되어 이 배가 1131년 강진에서 개경으로 청자를 운반하던 중 침몰하였음이 증명됐다. 청자 연구에 확실한 기준이 되고 있다.

과거 바다는 국가에서 거둔 세금(세곡)을 수도로 운반하던 조운체계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제도화 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조운선은 비교적 파도가 잔잔한 2월에서 5월 사이 주로 운항했는데, 남부지방의 조운선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태안 신진도의 안흥량은 바다가 험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배의 침몰은 기록에도 많이 남아 있으며, 인근 마도 해역에서 모두 4척의 침몰선이 확인되었다.

마도 1, 2, 3호선은 고려 시대의 곡물운반선으로 내부에서 다량의 곡물이 확인되었다. 1, 2호선에는 적지 않은 청자가 실려 있었으며, 특히 마도 2호선의 매병 2점은 자기로서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각각 속에 꿀과 참기름을 담았으며 개경의 관리에게 보낸다는 목간이 확인됐다. 4호선은 조선 조운선으로 ‘나주에서 광흥창(현재의 마포)으로’라는 명문 목간이 발견돼 출발·도착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난파선 유물 중 상품이나 세곡 외에도 도자기나 청동으로 된 식기와 함께 각종 동물뼈를 통해 주식 외에도 여러 가지 음식을 조리해 먹었음을 알 수 있으며, 장기간 운항 여가생활을 보여주는 차(車), 포(砲), 졸(卒) 등이 쓰여진 납작한 장기돌이 마도 3호에서 나왔다.

이외에도 상품으로서 청자가 아니라 또 다른 식재료인 젓갈, 김치, 장류 등을 담았던 도기 항아리들을 고려 난파선에서 120점 이상 확인된다. 대체로 120ℓ 이상의 대형 항아리에는 물을, 30ℓ 이하에는 젓갈 등을 담았는데 일부 내용물이 남아 있는 경우도 발견된다.

바다를 품고 있는 우리 부산 인근에서도 이러한 난파선이 발견되어 아직 알지 못하는 과거의 생활과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밝혀줄 기회를 기대하며, 그 마중행사로 이번 전시의 관람을 기대해 본다.

부산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