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통계청은 ‘2019년 2/4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서비스업 생산이 1.4% 늘었다. 그런데 부산은 울산과 함께 서비스업 생산이 0.3% 감소했다. 특히 국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라 한다.

세계적으로 생산과 고용, 소비 등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증가하는 서비스경제화의 진행은 사회경제적 발전의 결과이다.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소득 수준 향상과 더불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그 서비스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높아지면서 산업 비중이 증가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서비스업 생산의 감소는 단지 경기악화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까? 부산의 서비스업은 2015년에 이미 전체 산업 대비 76.3%의 종사자가 지역 내 총부가가치의 70.3%를 발생시키고 있는 등 외형만 보면 부산은 서비스 경제화가 상당히 진행된 도시이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의 지난 10년간 서비스산업 성장률(2006~16년)은 대구(2.26%) 다음으로 낮은 2.33%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즉, 이번 서비스업 생산 감소는 경기침체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부산지역 서비스업의 혁신역량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전국 평균의 94%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비스 경제화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관련 기술이 서비스 영역으로 적용되면서 기존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시장의 변화도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더는 비용, 이미지, 품질만으로 경쟁우위를 가지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업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새롭거나 개선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며, 동시에 소비자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즉 기존의 서비스업은 혁신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중앙과 지역의 서비스업 격차까지 고려한다면, 지역 서비스업이 처한 현실은 매우 어둡다.

그럼에도 부산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른 시·도와 달리 적극적으로 서비스R&D를 활성화 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서비스R&D는 신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등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을 말한다. 서비스R&D는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던 기존 서비스 개발 과정에 경영학·경제학·산업공학·이공학 등 융합 기반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ICT 등 관련기술을 적용시켜 시장에 잘 진입할 수 있게 해준다.

부산시와 필자가 속한 기관은 지난 몇 년간 현장에 적합한 서비스 R&D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R&D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의 시도이다. 이 지원사업의 특징은 지역 기업, 대학, 기관 등 혁신주체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다. 서비스R&D를 통한 혁신이 제조업 혁신에 비해 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특성 그리고 지역의 부족한 R&D인력과 자원 부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린 추진전략이다.

올해 사업 중 MICE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조사 부문에서 대학과 협력하고, 부산관광공사의 지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족한 기업의 R&D인력과 자원을 개방적 협력을 통해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서비스R&D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가장 필수 적인 요소인 개방성과 포용성은 부산이 가진 장점이다. 부산이 서비스신산업의 중심도시가 될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부산의 이러한 노력과 지역 여건이 지역 서비스업의 혁신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란 희망을 키워본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