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올해 1월호 암 관련 의학잡지(cancer causes & control)를 보면 5807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을 진단받기 전부터 암 진단과 치료 중 운동을 꾸준하게 한 사람이 운동을 꾸준하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률을 39%, 암 관련 사망률을 36%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4기 말기 환자도 활동적인 사람이 비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률이 0.83배, 암 관련 사망률이 0.81배로 줄어들었다고 보고됐다. 이는 심각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도 적절한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림 서상균

무릎 관절염이 있는 어르신, 허리 통증이 있는 직장인 그리고 어깨가 아픈 중년, 숨이 가쁜 증상을 가진 분 등 몸이 불편하면 모두 병원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는다. 대부분 약물 치료, 수술 치료 등은 전문가가 권유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따르지만, 꼭 필요한 운동을 꾸준하게 잘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전문가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운동을, 환자는 왜 따라 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아파서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막상 아프기 시작하면 통증 때문에 운동을 하기 어렵게 된다. 환자들은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약화된 신체 기능을 운동을 통해서 강화시켜 놓아야 하지만 대부분 통증이 조절되면 치료가 끝이 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둘째,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혼자서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또 건강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심장질환 환자는 심박수 변화를 관찰해야 하고, 호흡기 질환 환자는 운동에 따른 산소포화도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주고 교육시켜주며 그 운동으로 인해서 자기 몸이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75세 이상 어르신의 수영장 출입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참 답답한 현실이다.

셋째, 운동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꾸준함이 필요한데, 그것을 경험하지 못 한 사람이 너무 많다. 운동을 하면 근력이 좋아지고, 근육량도 늘어난다. 정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동과 관련된 사회적 기반 구조가 너무 부족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위의 세 가지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세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아프기 전에 비교적 건강한 사람을 한 곳에 모일 수 있게 하고, 3개월 이상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을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건강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또 어린 시절부터 운동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대 간 단절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시대에 노인과 어린아이가 다 같이 모여 신체 활동을 높일 객관화된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그 안에서 어르신과 아이를 매개로 청·장년이 어울릴 수 있는 마을건강센터가 부산 곳곳에 들어서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런 마을건강센터를 모니터링해줄 수 있는 공공 및 민간의료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아픈 사람은 병원에서 안전하게 운동하고, 만성질환자는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정부-대학-병원-민간 네트워크가 새롭게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