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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아들아, 조국이 아니라 미안하다 /유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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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학부형이 될 아내의 걱정이 부쩍 늘었다. 평판 좋은 학교를 배정받으려면 지금쯤 이사를 가야 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아파트를 팔고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도 꽤 많은 빚을 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쉽게 팔릴지,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불확실성에 기대 ‘거사’를 치르려니 고민만 깊어진다.

최근 들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같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우선 돈이 없어 마음을 먹더라도 집을 옮기기가 쉽지 않고, 유학을 맘대로 보내기도 어렵다. 내 아이를 위해 요청하지 않아도 인턴 과정을 만들어 불러주거나, 논문의 제1 저자로 내세워줄 교수를 찾기도 힘들다. 부탁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가 낙제할 때 힘내라며 매 학기 장학금을 챙겨줄 드라마 속 ‘나의 아저씨’ 같은 교수를 만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조 후보자 딸이 평범한 부모를 가졌더라도 이같이 많은 이가 자발적으로 도와줬을까. 글쎄다. 조 후보자가 그토록 당당하게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은 없다’고 밝힌 이면에는 그가 도와달라고, 장학금 좀 쥐어주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일테다. ‘똥이 있으면 똥파리가 모이고, 권력이 있으면 사람이 모인다’는 말은 괜히 만들어진 말은 아닌 듯하다.

그동안 우린, 그저 아이들에게 성실히 공부해 내신 잘 받고 수능을 잘 치라는 말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동안 우린, 조 후보자 딸처럼 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도 외고에, 유수의 대학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가는 잘 짜여진 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실 알았다고 해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처지가 나은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위해 한번 도전할 필요는 있겠다. 최소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으니.

조국 후보자의 팬으로서 각종 의혹을 트집잡기로 생각하던 아내가 최근 실망한 듯 한마디 툭 던진다. “이럴 거면 우리를 위해주는 척, 정의를 위해 살아온 것처럼 떠들지나 말든지”라고. 조국 후보자가 그동안 SNS를 통해 했던 말과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리라. 아내 말고도 그의 말을 진실로 믿었던 수많은 사람이 뒤통수를 맞은 심정일테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걱정할 필요 없다. 책임은 그를 믿은 사람이 지면 되고, 그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까.

디지털콘텐츠팀장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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