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속된다. 태양 아래를 걷다 보면 머릿속의 뇌까지도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 같다. 따가운 햇볕에 어질어질한 눈길을 아래로 떨구고 걷는다. 아스팔트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저것은 땀이 아니라 녹아서 흘러내리는 내 몸의 일부일지도 몰라.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녹아버리면 어쩌지? 뜨거운 공기를 헤쳐 나가는 지금이 꿈결 같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고양이와 마주친다. 삼색고양이는 더위에 지쳤어도 사람을 만나면 잔뜩 겁을 먹고 빠르게 도망간다. 고양이를 눈으로 쫓던 나는 속이 상한다.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 때문에…. 그렇게 말랐는데 불룩 튀어나온 배 때문에…. 임신한 고양이였다.

사람도 지치는 이 폭염에, 길고양이는 다들 어디서 이 더위를 견디고 있을까.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을 연한 발바닥으로 걷고, 나무가 거의 없어 그늘도 찾기 힘든 곳에서 쪽잠을 자며, 에어컨 실외기의 떨어지는 물을 핥는다. 고양이를 십수 년 키우면서 주변의 고양이와 길에 사는 고양이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심은 걱정으로 이어졌다. 날이 더워서, 추워서, 비가 와서, 눈이 와서, 좋아서, 좋지 않아서, 걱정이 됐다. 이 걱정은 곧 길고양이를 챙기는 행위로 연결됐다. 시작은 밥 주기. 집 앞에 그들을 위한 밥과 물을 놓았다. 이 밥 주기는 내 돈 내고 내 시간을 들이는 일인데도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웃에 사는 지인인 먼지언니는 비쩍 마른 고양이가 집 앞에 내놓은 중국집 그릇의 짜장을 핥는 것을 보고 나서 밥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집의 할머니가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말라고 항의하는 바람에 먼지언니는 혐오와 싸워야 했다. 도시에는 고양이가 얻을 수 있는 사냥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데 고양이는 그것이 먹을 수 없는 ‘쓰레기’라는 것을 안다고 한다. 다만 살아야 하므로 먹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면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은 줄어든다. 누군가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아야 죽어서 없어진다고 얘기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유입되는 고양이가 늘 있으므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중성화 수술 사업 신청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면 발정으로 인한 소음, 개체 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이런 설명은 통하지 않았다. ‘그냥 싫다’는 것을 억지로 좋아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밥 주는 것을 그만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SNS의 길고양이 관련 페이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혐오로 인한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올라온다. 단순히 고양이가 좋아서 모인 우리는 먼지언니처럼 싸움을 한다. 청와대 청원 글을 올리고, 서명을 모으며, 고양이를 구조하고, 병원비를 후원한다. 혐오를 조장하는 단체나 기관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이동봉사, 임시보호, 입양 보내기 등 정말 좋아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하지만 그 고양이 한 마리에게는 삶의 세계를 열어주는, 멋진 일을 한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에서 이런 도움을 통해 ‘내 고양이’가 한 마리, 한 마리, 자꾸 늘어난다.

내 고양이도 날마다 늘어난다. 처음에는 봉순이 한 마리였다. 그러다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투야, 집 안 곳곳에 영역 표시를 하느라 바쁜 고래, 가게 앞에서 울다가 빗자루로 맞던 순대까지 네 마리로 늘었다. 집 바깥의 ‘내 고양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구조해서 먼지언니 집에 입양 보낸 행주를 시작으로 현재 그 집에는 초코 오월 구구 단지까지 다섯 마리가 산다. 이 아이들도 결국 ‘내 고양이’다. 문학관에서 나를 쫓아오는 삼색이.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밥을 먹으러 오는 고등어 형제 두 마리, 눈 한쪽이 보이지 않는 까만냥. 옥상에 새끼를 낳은 유기묘 ‘옥상댁’과 옥상댁이 낳은 새끼 노랑이 이삐 까망이 막내…. 나는 끈끈한 공기를 뚫고 앞으로 걸어가며 생각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이렇게 매일 내 고양이를 만나다 보면 전 세계 고양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내 고양이가 생긴다. 날마다 늘어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