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은 2015년 9월 2015년 말로 만료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대체하는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오는 2030년을 완료 시점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SDGs에서 설정한 17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세부 목표가 169개이니 각 국가가 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해양과 관련된 목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 해양자원의 보존 및 이용’을 내용으로 하는 14번 목표이다. 세부 목표로 7개가 있는데 해양오염의 예방 및 감소,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 증진 및 과학적 협력 강화, 해양 산성화의 영향 최소화 및 조치, 지속 가능한 어업 등이다.

유엔은 2017년엔 ‘14번 목표’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고위급 해양회의를 열었고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도 거버넌스 설립, 체크리스트 작성, 지표 설정 등을 통해 유엔의 SDGs를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적으로 후진국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와 소규모 도서국가들이다. 이들은 SDGs 14번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지역 차원의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해수면 상승, 재해 위험 등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해양 생태계 관리를 밀접하게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아프리카 국가 등 가는 곳마다 SDGs를 얘기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엔 SDGs 이행을 위한 K-SDGs를 수립하여 국내 여건에 맞게 지표를 설정하여 이행을 추진 중이다.

유엔이 채택하고, 전 세계적으로 최대 화두에 오른 SDGs 논의를 보면서 해양 분야에 관한 한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에서 유엔보다 10년 정도 앞선 1996년 이후 이미 매우 활발하게 논의됐던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1996년 8월 해수부가 신설된 이후 제기된 이슈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아프리카 국가와 도서국가들까지도 일상화된 주제가 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조용하다. 너무 빨리 시작했다가 시련의 세월을 겪으면서 지금은 뒤처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 기술이 대거 등장하면서 SDGs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지고 있다. 해운항만에서도 나오고 있는 육상 전원장치(AMP), 수소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수산 분야의 스마트 양식 등이 그것이다.

아쉬운 역사가 있지만, 이제라도 해양 SDGs에서는 선도자가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본이 최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빚어지는 한일 간 갈등을 보더라도 연구·개발(R&D)과 개발된 기술의 산업체 실용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법적 제도화를 시급히 달성해야 한다. 해양 SDGs의 내용을 국내 법제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때로는 선도적인 내용을 포함할 필요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해양수산 산업의 여건, 도입 시기, 실질적 효과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SDGs가 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SDGs가 체화되지 않고서는 기술이나 정책 개발도 모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와 개인의 SDGs 수용 지수는 어떨까?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면 시장의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용될 것이고, 체화도 쉽게 될 것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밀어낸 것이나, 휴대전화가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SDGs에 대한 수용은 그럴 것 같지 않다. 현시점에서 이익보다는 비용이 클 것이고, 이는 사회적 및 사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수용을 쉽게 하는 인센티브와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의 룰이 SDGs를 수용하는 데 이득이 따르도록 하면 SDGs의 사회적 및 개인적 체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SDGs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 조직, 전문인력, 거버넌스, 의사소통 등 제도적 수단의 구체화가 시급하다.

유엔 SDGs의 수용과 체화는 아직 해운항만, 수산, 해양의 각론으로 분화되어 있는 경로 의존형 조직을 과감히 허물 기회다. 이제는 세계와 미래로 치고 나갈 경로 창출형 제도를 마련할 때가 됐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