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회용 페트병이나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 같은 화석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과 달리 재생 가능한 원재료로 만든 것이다. 폐기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며 포장재, 일회용 용기, 쓰레기봉투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해외 대형마트에 가면 채소 등 각종 식품이 셀로판지와 같은 필름으로 포장된 것을 볼 수 있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채소를 싼 필름은 뜨거운 물에 용해되며, 입 냄새 제거제를 포장한 필름은 입 안에서 녹게 만들었다. 필름의 성분은 다당류의 일종인 풀루란(pullulan)으로, 이는 칼로리가 낮고 식품의 점성을 높게 만든다. 전분은 포도당이 탄소 1번과 4번으로 결합된 반면에, 풀루란은 maltotriose(포도당 3개가 탄소 1번과 4번으로 결합된 구조) 단위가 탄소 1번과 6번으로 연결된 구조이다. 따라서 풀루란은 전분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에 의해 분해되지 못하므로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곰팡이인 풀루라리아 풀루란스(Pullularia pullulans)를 이용하여 포도당과 맥아당을 넣은 배지에서 풀루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폴리하이드록시부티르산(polyhydroxybutyrate, PHB)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과 성질이 같지만 생물학적으로 쉽게 분해된다. PP는 석유로 만든 제품이고, PHB는 세균인 알칼리제네스 유트로푸스(Alcaligenes eutrophus)가 당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이 세균은 PHB를 에너지 저장물질로 사용한다. PHB는 녹는점이 180도나 되며, 열을 가하면 녹고 온도를 충분히 낮추면 고체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새로운 바이오플라스틱 물질은 영국의 한 생명공학자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으며, 바이오폴(Biopol)이라는 상표로 판매되었다. 그런데 PP를 대신할 만큼 뛰어나지 않아 연구하던 중 3-하이드록시부티르산과 더불어 세균에서 3-하이드록시펜탄산(3-hydroxypentanoate)이 분리되었다. 이 두 가지 성분으로 만들어진 바이오폴은 한층 강화된 탄력성과 135도의 녹는점을 갖게 되었다.
생물학적 분해 특성을 가진 바이오폴은 의학, 농업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물질로 알려졌다. 봉합실 재료로 사용한 결과 수술 후 봉합실을 제거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바이오캡슐 상태로 제조된 의약품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체내로 흡수될 수 있었다. 바이오폴로 코팅된 비료와 생장조절제를 토양에 뿌리면 토양 미생물들이 분해하여 성분들이 식물체 주위로 공급되었다.
일본의 한 전화회사에서는 고객들에게 청구서를 보낼 때 환경 친화적인 봉투를 사용한다. 이 봉투의 플라스틱 창은 석유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옥수수로 만든 것이다. 이 생분해성 물질은 젖산염(lactate) 중합체인 폴리락트산(polylactic acid, PLA)으로, 젖산염은 미생물이 옥수수 전분을 발효하여 생산한 포도당으로부터 만들었다. PLA는 석유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내릴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PLA는 예비 타이어 덮개와 바닥 매트, 식물성-CD, 생분해성 티백(tea-bag), 식사 용기 등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환경을 정화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새로운 생물학적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의 원료→제품→폐기물 과정이 지속적인 순환과정으로 변화한다면 미래에는 모든 폐기물을 환경오염 없이 재순환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인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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