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오염농도 측정이 상당수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 대행업체가 측정을 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급하는가 하면, 무자격자를 동원하거나 공정시험기준을 따르지 않아 측정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런 사실은 감사원이 최근 전국 15개 지자체 관할 측정대행업체 39곳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가짜 수치만 믿고 대기질 계획을 세워온 셈이다.

이번 감사 대상에 오른 대행업체 가운데 부산 창원 김해 양산 등 부산·경남 4개 지자체 관할은 13곳이다. 이들이 측정을 담당한 배출 사업장은 3632곳에 이른다. 그런데 오염도를 재지도 않고 성적서를 발급하거나 자격이 없는 기사를 투입하는 등 하자가 확인된 성적서는 2017년 한 해만 3만1483건이나 됐다. 이들이 발급한 성적서는 총 6만7433건으로, 결국 2건 중 1건이 허위 또는 부실이었다는 뜻이다. 2018년 이후에도 1만1996건의 허위 성적서가 발급돼 전국 수치(2만274건)의 59.2%를 차지했다. 부산 창원 양산 김해 일대에는 영세 사업장이 모인 공단이 많다. 이곳에서 뿜어내는 대기오염물질이 정확히 얼마인지 그동안 완전히 깜깜이였다는 말밖에 안 된다.

대행업체가 엉터리 성적서를 발급한 사실을 배출업체가 몰랐을 리 없다. 최소한 발주처의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관할 지자체 역시 1개 대행업체가 300~500곳씩 측정을 담당하며 찍어내듯 발급하는 성적서의 정확도를 의심하고 확인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세먼지 오염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 거시적 미시적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그 기본 전제가 되는 배출원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다. 허위 성적서를 발급한 측정업체는 물론이고 이를 방조한 배출업체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측정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이 참에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