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파의 공세’가 자못 요란하다. 광화문 광장에 성조기가 상시로 걸리고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도 가끔 등장한다. 자신들이 규정했던 역사적 사실까지도 뒤집으려고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밀알’이 되었던 사람들이 이제 독재를 더욱 소리 높여 외친다. 법치를 내세우고도 고문까지 해가면서 무고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입법한 법은 지키지도 않는다. 국가 폭력이나 국가 무능의 희생자들을 정파적 이익으로 계산할 뿐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감 능력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사용하는 언어는 너무 민망하여 학생들 앞에서 인용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주장하는 논리는 질문 한 번으로 그 허구성이 바로 드러날 만큼 허약하다. ‘우파의 세계’ 설계자들이 이 모습을 보면 어떤 심정일까?

사람의 생각은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좋은 습관은 어진 성품을, 나쁜 습관은 모진 성품을 낳는다. 이런 성품이 바로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역으로 추론하면 생각의 중요성이 저절로 도드라진다. 사회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즉 한 사회의 생각(사상)이 특정 체제를 결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되는가가 우리 사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 사회 운명을 보려면 우리 사회 ‘생각’의 근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우파적 사상’은 제품으로 비유하자면 국산품이 아니고 수입품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것은 1945년 일제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혼돈의 해방공간에서 미국으로부터 직수입되었다. 이 미국산 수입품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두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사상은 유럽이 원산지로 우리가 모두 안다고 자부하는 우파적 사고의 원형인 자유주의이다. 주권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인간 모두가 주권자가 되면, 그 점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이것이 당시 이 체제의 개념 설계자들이 가졌던 기본 사상이었다. 바로 이 사상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를 설계하고자 하였다. 만인이 주권자이므로 전제군주나 소수 귀족이 아닌 개인인 ‘나’가 내 삶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었다.

이런 자율적인 인간의 삶 앞에 불확실한 미래가 항상 존재한다. 불확실성에 잘 대응한 사람은 편익을 얻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즉 개별 주권자가 자유롭게 대응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런 체제하에서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 간의 경쟁으로 귀결된다. 이런 자발적 경쟁이 사회의 효율을 높이고, 공정성이 작동하는 시장을 통해 자본주의적 사회질서를 갖추었다. 또한, 개별 주권자는 자신의 대리인인 공복(公僕)을 선출하고 정부를 3개로 분할하여 맡기는, 견제와 균형을 통한 민주주의적 사회질서를 갖추었다. 정부의 할 일은 외침을 막고 범죄를 단속하고 공공재를 제공하거나 주권자의 (선택의) 자유가 방해받고 있지는 않은지, 경쟁의 룰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정도로 최소화되었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자유로운 사익 추구가 (시장) 경쟁을 통해 공익이 실현되는 사회 시스템이 작동되었다. 이 시스템은 18세기 이후 서구 역사에서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개인의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려 쟁취한 ‘우파적 사상’의 거대한 승리였다. 자유 경쟁 그리고 책임이란 핵심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자유가 국가, 민족이나 한 개인의 틀 속에 갇히고, (시장) 독점으로 (시장) 경쟁이 사라지고, 책임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될 때 ‘우파적 사상’은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국가에 자행한 약탈적 행위, 나치즘과 파시즘의 광풍이 초래한 세계전쟁 결과 드러난 참혹한 인류에 대한 범죄는 우파들이 끊임없이 성찰하고 무겁게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우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순 없다. 권력 독점과 시장 독점에 따른 부정부패, 재벌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지역 차별 조장 등 스스로 자유의 가치를 훼손한 우리 우파가 깊이 성찰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