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으로 ‘알바’를 시작했던 곳은 일본라멘집이었습니다. 1주일에 5, 6일 일을 하였는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출근하는 날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장이 언제 언제 오라고 하면 그때 가야만 하는 신세였습니다.

첫 월급을 받았지만 뭔가 모자란 것 같아서 알아보니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한창 ‘알바몬’ 광고에서 알바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주고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청년유니온에 노동상담을 요청했고, 결국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주휴수당이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셨지요.

지금은 청년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종종 지인들의 노동상담을 받아주곤 합니다. 노동상담을 진행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왜 법을 안 지킬까?” “왜 모를까?” “우리가 왜 고통 받아야 하지?”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상담 사례와 저의 생각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사례 1. “네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었으니 월급은 없다.”

주말 아침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직 월급을 못 받았는데 어떻게 하죠?” 일을 그만두고 월급을 못 받은 지 40일이 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친구는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매일매일 생활비가 절실한 상황 이었고, 일 할 때 사장에게 갑질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월급날이 지나도 월급을 받지 못하자 친구가 사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매장에 오면 돈 줄게”라는 말이었습니다. 친구는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사장에게 여러 차례 월급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사장은 노동청에 출석하기 전까지도 친구의 탓을 했습니다. “네가 갑자기 일을 그만뒀잖아.” 사장의 뻣뻣한 태도 때문에 친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자기가 왜 고통 받아야 하느냐며 괴로움을 호소하였습니다.



사례 2. “경제가 어려우니 이해해 줘.”

돈 떼일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한 친구가 일했던 가게는 사장이 집도 3채를 가지고 있었고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직원이 15명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 무급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장의 차를 보면 “억” 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 친구는 얘기합니다. “짜장면 쏘지 말고 월급을 달라.”



실제로 경기가 좋지 않아 영세업자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요. 사장님 입장도 안타깝다고 생각한 사례가 하나 있는데요. 60대의 할아버지셨는데 정년퇴직을 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 작은 편의점 하나를 운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었고, 프렌차이즈라서 가맹수수료 나가고 월세 내고 관리비 내고 월급 주면 정말 가져갈 것이 없었던 사장님이셨습니다.

알바노동자였던 제 친구는 최저임금보다 1000원 정도 더 적게 받고 일을 했습니다. 그 친구도 최저시급은 받고 싶었는데 사장님 사정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결국 몇 주 뒤에 사장님이 가게를 정리하였고, 그때는 친구도 저도 본사가 독점하는 경제구조를 탓하며 그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갑질을 당하고, 법은 지켜지지 않고, 노동자들은 매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좋은 사회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보단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길 바랍니다.

부산청년유니온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