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폭염에 가까운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어머니가 해 주시던 부추전이 생각 난다. 크고 좋은 집은 아니지만 부모님 품에 있을 때는 ‘고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어느덧 성인이 되고 꿈을 이루기 위해 혹은 각자만의 다른 이유로 우리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객지 생활을 경험하게 되고 비로소 ‘고생’이라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학교를 졸업해도 직장을 잡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회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교육비 등 부담은 증가하는 반면 뒷받침할 수 있는 소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새로 가정을 꾸리거나 학업·직장 문제로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가구에게는 전·월세 등 주거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고, 34세 이하 청년층 274만5000가구 중 약 76%가 전·월세로 살고 있으며 52% 정도는 월세인 상황이다. 주거 안정을 통한 사회복지를 추구해 온 주택금융공사는 청년층의 주거비 절감을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청년세대의 주거난 해소 및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서울시, 부산시,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전세대출 이자를 일부 지원하거나 전세금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금리지원형 협약전세보증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금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신혼부부 등에 대출 금리를 인하(최대 0.25%포인트)하는 금리인하형 협약전세보증 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또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주거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협약전세보증의 경우 대상지역이나 금융기관 선택에 따른 제한이 있고 주택도시기금 상품은 지원대상이 주로 소득이 많이 낮은 청년층(부부합산 소득 5000만 원 이하)으로 젊은이들 전체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에 대한 고민 끝에 지난해부터 정부당국과 금융기관들은 논의를 거듭하여 마침내 ‘청년 맞춤형 저금리 전·월세 대출’을 지난 5월 27일 출시하게 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만 19세에서 34세 이하의 청년에게 전세보증금 및 월세를 마련하기 위한 대출과 기존 고금리 전·월세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상품이다. 특히 최근 반전세 추세를 감안하여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대출 실행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심사를 하지 않으며, 무소득자이거나 저신용(10등급 신용불량자만 제외) 청년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차입자 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크게 완화하여 중간소득 계층의 청년들에게까지 포용적 금융을 확대함으로써 4만여 명의 청년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의 주요 특징은 금리가 2.8% 내외로 통상적인 3.5% 내외의 일반 전세대출보다 낮다는 점이다. 각 금융기관도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려 마진 없이 대출을 공급하기로 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상품 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몰라서 상품을 이용 못 하는 청년층’이 없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는 청년의 눈높이에 맞게 페이스북 등 SNS, 커뮤니티, 각종 영상매체 등을 통한 마케팅 강화와 대학 캠퍼스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활동을 실시할 것이다. 또한 전국 63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근로자의 주거비 절감을 위해 지난달 21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전국 주요 공단 입주기업 네트워크,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여 산업현장에서 근로하는 젊은 산업전사들에게 값싼 전·월세자금을 지원하여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 주도록 할 계획이다.
청년들은 우리의 자식이자 후배, 친구이기도 하며 향후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축이고 경제활동에서 중심이 될 일꾼들이다. 오늘도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학원가 등에서 컵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학업에 여념이 없는 취업준비생, 전국의 공장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밤낮으로 근로하는 청년들….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떨구는 그들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 오기도 한다.
이번 상품의 출시로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들의 밝은 모습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밝은 모습이 대한민국의 미래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어쩌면 청년들이 좀 더 많은 희망을 가질 때 한층 더 해소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청년들을 위한 주거복지 지원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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