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이 되어간다. 지질학은 지구를 구성하는 암석과 시간에 따라 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지구과학의 한 분야이다. 다시 말해 지구의 역사를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지질학은 물이나 빙하, 대기에 대한 연구는 물론 달 화성 같은 지구 이외 행성에 대한 연구도 포함하며 점차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30년 전 처음 지질학과에 입학했을 때 한국의 지질학이 일본에 비해 30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울해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지질학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은 10곳 남짓이므로 수요에 비해 지질학 전문가의 공급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한국의 지질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이제는 세계 정상급 수준에 도달했다.

2016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35차 세계지질과학총회 (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IGC)에서 2024년 제37차 총회의 부산 개최가 확정됐다. IGC는 전 세계 지질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단체인 IUGS (International Union of Geological Sciences)에서 4년마다 주최하는 지질학계의 올림픽과 같은 행사이다. 보통 5000명, 많을 경우 1만 명 이상의 지질학자가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므로 개최국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만 치를 수 있다. 한국은 부산관광공사의 제안으로 IGC를 유치하기 위해 2년간 노력했고,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합심해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러시아, 터키 등과 경쟁 끝에 유치에 성공했는데, 필자도 유치위원회의 일원으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IUGS 회장이 개최지를 발표했을 때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부산이 유치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일이나 러시아에 비해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치활동을 더 열정적으로 했고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는 IUGS 회원국들에게 부산을 IGC 개최 전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만들고 지질학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에는 현재 10개의 국가지질공원이 있고 이 중 제주도(2011년)와 청송(2017년), 무등산(2018년)이 이미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부산은 2013년 세 번째로 국가지질공원이 되었지만 그 동안 활동이 미미해서 2017년 국가지질공원 재인증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IGC 유치를 계기로 작년부터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보 역시 매우 고무적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지질명소들을 보존하고, 이들을 교육과 관광에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지질공원이 되더라도 새로운 법률로 그 지역을 규제하는 것을 금하고 있으므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산과 하천, 바다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지질명소들을 보유하고 있어 매우 훌륭한 지질공원이지만, 아직까지도 지질공원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로 세계지질공원 인증 심사에서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해서는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IGC 유치 시에 약속했던 것처럼 대한지질학회에서는 지질학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매년 ‘차세대 지질과학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도 다수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가했고, 부산지역 고등학생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금 중·고등학생들이 5년 후 제37차 IGC에 대학생으로 참가하게 된다. 필자가 지질학을 시작했던 30년 전에 비해 5년 뒤의 학생들은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지질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IGC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학생들이, 특히 부산지역 학생들이 지질학 분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세계 지질학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