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대교 인근의 물양장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여기에 장기간 계류 중인 노후 소형 선박들이 주변 항만 미관을 크게 해치는 데다 기름 유출에 따른 바다오염 사고도 수시로 일어난다는 점에서다. 시민뿐 아니라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은 명소이자 부산항 남항-북항의 경계에 있는 이곳 일대를 이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둬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는 관광도시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해양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소형선이 접안하는 간이 부두시설인 이곳 물양장에는 모두 52척이 장기간 계류 중인데, 이들 중 42척이 예선과 부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근 부산항 여객선터미널과 북항·남항에 들어오는 각종 화물·여객선을 인도하는 기능의 배들이다. 하지만 이들 선박에 대한 관리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예·부선 선주협회 측에 위탁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되고, 관할 영도구청도 장기 계류 선박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물양장 일대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당연하다.

이래서는 태풍이나 강풍 등의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자칫 안전사고와 인명피해 우려가 높아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양장에 계류 중인 선박들의 기름 유출사고 방지나 사후 신속 대처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그런데 해경은 이들 장기 계류 선박을 단속할 권한이 없어 사건·사고 발생 후에라야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다니 기가 찬다. 그나마 최근 남해해경청이 사고 예방차원에서 침수 이력이 있는 취약 선박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에 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해경은 이에 따라 해당 선박 소유주와 해역관리청에 주기적으로 위험도를 알리고, 적재 기름이 유출되지 않도록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도움이 되는 일이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도구와 해양환경공단, 관련 협회 등 관계기관·단체의 유기적인 협조·관리체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와 아울러 물양장 일대를 시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영도구 등의 사업계획, 그리고 북항 재개발 등으로 부족한 소형선 계류지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