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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260’ 대 ‘180’ /정순백

민주 이해찬 ‘260석 목표’, 김무성 ‘180석’ 발언 연상…오만 여론에 총선 패 초래

세상변화 아는 게 리더십, 민생 챙기는 여당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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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역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동서와 고금이 다르지 않다. 우리 주변, 우리 세대에도 이를 증명하는 일들은 늘 일어난다. 최대 적은 내분이다. 조직은 대부분 내분으로 망한다. 외부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망하기에 앞서 전조가 나타난다. 문제는 지나고 나서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전조였다는 것을. 이를 알면서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이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중요하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전조를 알아보는 안목이다. 나의 믿음이다. 리더십은 시대가 어려우면 더 빛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 않나.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도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면 실력 있는 해군사령관 정도였지 않았을까.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암흑기였지만, 제자백가가 쏟아져 나와 사상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개인적으로 3년 전 20대 총선은 큰 충격이었다. 폭압적인 제5공화국의 몰락을 예고했던 1985년 2·12 12대 총선 이후 최고의 이변이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원내 1당이 보수에서 진보로 뒤바뀐 것이 놀라웠다. 지역적으로는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차지한 것이 의미 있었다. 우리 정치의 문제로 지적돼온 지역 구도의 극복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선거 후 세상을 바라보는 얕은 개인적인 인식에 많은 반성을 했던 기억이 있다.

20대 총선 후 결과를 두고 전문가의 분석은 다양했다. 오만한 권력을 국민이 심판했다는 분석에는 대체로 일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은 오만의 극치였다. 전조는 김무성 대표의 ‘180석 목표’ 발언이었다. 이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계파 갈등과 코미디 같은 ‘옥새 파동’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여론의 역풍을 자초한 것이다. 물론 민심이 등을 돌린 본질적인 요인은 무능한 정권에 대한 실망감일 것이다. 보수는 적어도 따뜻한 밥만큼은 진보보다 더 많이 먹여줄 것이라고 국민은 기대했다. 그런데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 쟁취를 위해 그들만의 싸움에 몰두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20대 총선은 보수 진영의 몰락을 예고한 전조였다.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대비한 리더가 박근혜 정부에는 없었다. 보수 진영의 불행이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아니면 섣부른 예단일 까. 요즘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인식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의 ‘내년 21대 총선 260석 목표’ 발언에서 3년 전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되는 걸 어쩌겠나. 이 대표의 20년 집권, 50년 집권론은 확신에 찬 오만과 편견을 떠올리게 한다. 당장 집권당 대표가 민생은 뒷전이고 머릿속엔 총선만 가득하다는 비판이 나올 판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데, 20대 총선과 같은 결과가 재연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는데. 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을 오판하는 것은 아닐까. 한때 민주당은 주류 세력이 폐족을 운운해야 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린 적이 있었다. 그때 민주당이 살아난 결정적인 계기는 보수 진영의 자살골이다. 민심이 오만한 기득권 세력에 등을 돌렸다. 민주당은 보수 진영 악수의 반대급부에 기대어 선거를 치러 승리한 측면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더 걱정되는 것은 집권 여당이 겸손하지 않으면서 유능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 있는 곳이 여당으로 달라지면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진보 진영이 내세운 가치가 훼손될까 봐 하는 말이다.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게 사람 생리다.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곳에서 권력 구조의 변경은 새로운 기득권층의 출현을 의미할 뿐이다.

민주당으로서 다행인 점은 3년 전과 같은 사태를 막을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이다. 예전 새누리당처럼 분열 조짐이 커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론적인 이치를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면서, 노력도 게을리 하면 민심은 반드시 등을 돌린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밥보다 중요한 이념은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청년실업, 양극화 등의 민생 해결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그늘을 비판하는 데는 날카롭지만, 성공을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성은 없으면서 수읽기에만 능하다.” 진보 진영에 덧씌워진 이런 편견이 이제 깨졌으면 좋겠다. 이 대표가 해야 할 몫이다. 세상은 권력 의도대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는 진리를 무겁게 되새기면서.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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