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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동북아 스텔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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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stealth). ‘잠행’이란 뜻의 영어 단어이지만, 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 기능을 의미하는 군사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은폐는 적의 레이더가 쏜 전파를 레이더 쪽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스텔스 전투기를 예로 들면, 기체 표면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물질을 발라 반사파를 줄이거나 반사파가 레이더 쪽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난반사되도록 기체를 설계한다. 이를 통해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축소시켜 레이더 상에서 기체를 포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최초의 스텔스기는 1983년 미군에 실전 배치된 F-117 나이트호크다. 미군은 1988년까지 이 스텔스기의 존재를 부인하다 그 이듬해부터 공개적으로 작전에 투입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스텔스기 중 최강은 2005년 미군에 배치된 F-22 랩터(Raptor). ‘맹금’을 뜻하는 랩터의 어원은 라틴어 랍토르(raptor·강도)다. 2007년 실시된 모의훈련에서 랩터 1대가 F-15, F-16 전투기 144대를 격추해 ‘공중전의 지존’이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 의회는 F-22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기술 유출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그 대신 F-22보다 성능이 좀 떨어지는 F-35가 2013년부터 실전 배치돼 우방국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F-35A 42대를 도입하는 데 이어 수직이착륙형 F-35B 42대를 포함한 F-35 105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까지 F-35A 40대를 사들인다. F-35A 20대를 더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체 개발한 스텔스기 J-20을 산둥반도와 허베이성 등지에 실전 배치했다. J-20는 작전반경이 2500㎞에 달해 한 번 출격하면 공중급유 없이 한반도와 일본 열도 대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러시아도 2010년 첫 시험비행한 수호이-57을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배치할 계획이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19일 “앞으로 6년 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전개하는 F-35 스텔스기가 200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J-20과 러시아의 수호이-57까지 합치면 동북아에 전개될 스텔스기는 400대를 웃돌 전망이다. ‘유령 전투기’로 적을 몰래 유린하려는 ‘스텔스 전쟁’이다. 그 전쟁은 불신에서 기인한다. 불신은 은폐를 부르고, 은폐는 다시 불신을 심화시킨다. 동북아 비핵화·평화지대의 꿈을 거스르는 디스토피아의 징후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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