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무승부로 끝난 보선 결과, 겸허히 수용하겠다지만 강원도 산불 대응 관련 엉뚱한 비난 색깔론 덧칠

한국당 벌써 오만해졌나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다소 싱겁게 끝났다. 피를 말린 후보나 당의 입장에선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이 골고루 1석씩 나눠 가진 무승부 결과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의미 없는 선거 결과란 없는 법이다. 이를 두고 절묘한 균형이라는 평가부터 누구도 이기지 못한 선거라는 말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어쨌든 지역의 민심이 정치권 전체에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만 남았다.

민주당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의당과의 단일화로 지옥을 한 차례 갔다오며 상처 뿐인 승리를 얻었다. 통영고성에서는 막판 한국당 후보의 불리한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결국 패했다. 한국당의 전승을 저지했다는 데 그나마 안도하는 눈치지만 뼈아픈 대목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했어야 국민 앞에 더 고개를 숙인다”며 당 일각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잇단 인사 참사와 청와대 일부의 구설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일지 모른다.

한국당 입장에선 손에 잡은 창원성산을 놓친 게 뼈아프겠지만 표정관리를 할 만하다.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논란 등 일부 자책골만 아니었다면 모두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었다. 대한애국당이 갉아먹은 보수표 또한 못내 아쉬울 터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잇단 실정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창원성산이 진보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음도 드러냈다. 과거와 결별하는 과감한 혁신 없이 정부 여당의 실정이라는 반사이익에만 기댄 결과다.

속내가 조금씩 다르긴 해도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 지도부는 한껏 몸을 낮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창원성산에서의 단일후보 승리는 ‘노회찬 정신’을 계승해 국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국민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번 선거는 정부여당의 오만에 대한 국민의 경고이며, 한국당에는 새로운 기회를 줬다”면서도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면 으레 나오는 수사이긴 하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 ‘겸허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엄중한 민심일 터이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민심이 정말 무섭다고 말한다. 역대 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택했든,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택했든 민심은 늘 정치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심은 정치가 중심을 잡게하는 균형추와 같은 것이다. 형식적 수사가 아니라 진정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 당에 민심은 다시 쏠리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보선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어서 그에 가장 근접한 바로미터일 수 있다. 이번 보선 결과에 따른 각 당의 대응이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이유다. 겉으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아전인수식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 여당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집권 3년 차에 들면서도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경제와 인사 등 각종 악재에 파묻혔으니 철저한 반성은 당연하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도리밖엔 없다. 남은 1년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민심의 선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어쩌면 집권당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20년 집권을 꿈꾼다는 정부 여당의 변화를 두고 볼 일이지만, 또 하나 남은 문제는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겠다’는 한국당이다. 보선 직후부터 한국당이 보인 행태를 볼 때 말 그대로 한낱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그 단초가 나타나는 데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강원도 대형산불 사태 때 보여준 오만함이다. 한국당은 강원도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을 때 국가재난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3시간가량이나 국회 업무보고 명목으로 붙잡아놨다.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네티즌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황교안 차기 대통령께서는 산불현장에서 동분서주 뛰고 계신다”며 “문재인 대통령님은 꼰대처럼 뒷짐지고 뭐 하나”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번 산불은 큰 불행이긴 하지만 그나마 초기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당연한 일이니 칭찬까지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재난 해결에 발목을 잡거나 조롱하는 언행만큼은 삼가야 옳다. 이게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겠다는 한국당의 선거 직후 모습이다. 진정 민심을 무섭게 여기겠다던 제1 야당의 현주소다. 과연 1년 뒤 사나운 민심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할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분하다 준태티’? 반하다 ‘승리의 티’
  2. 2얼마 만에 맑은 날…더워도 좋아
  3. 39이닝당 볼넷 4개…“류현진 낯설어”
  4. 4진해만 양식장 역대급 장마에 초토화
  5. 5채용 비리 혐의 창원문화재단 전 대표 벌금형
  6. 6부산 민주당, 성추행 의혹 시의원 제명
  7. 7여야 지지율 역전…통합당 ‘좌클릭’‘호남구애’ 통했다
  8. 8영업익 줄고 부채 늘었는데…직원 뽑고 연봉 올린 공기업들
  9. 9한국 땅 밟은 이그부누, kt 배려에 ‘의리슛’ 쏠까
  10. 10LPGA 상하이 코로나 탓 취소
  1. 1문 대통령 하동·합천 등 2차 특별재난지역 선포
  2. 2부산대, 고현철 교수 5주기 추도식 거행
  3. 3부산 민주당, 성추행 의혹 시의원 제명
  4. 4여야 지지율 역전…통합당 ‘좌클릭’‘호남구애’ 통했다
  5. 5영업익 줄고 부채 늘었는데…직원 뽑고 연봉 올린 공기업들
  6. 6부산시 10년간 성희롱 고충접수 단 3건
  7. 7오거돈 사태 덮기 급급했던 부산 민주당 ‘미투 연타’에 패닉
  8. 8통합당 부산시장 보선 공천…원외는 컷오프, 현역은 혈세 변수
  9. 9또 민주당발 성추행 의혹…“시의원이 식당직원 신체 접촉”
  10. 10문 대통령 열차 대책회의하며 하동행…“지원 실행 속도가 관건”
  1. 1금융·증시 동향
  2. 2연금복권 720 제 15회
  3. 3대형마트 황금연휴 빅세일…슬기로운 쇼핑생활
  4. 4낚시터 안전 지킴이 연내 배치…어선 위치정보 감시체계 구축
  5. 5주가지수- 2020년 8월 13일
  6. 6맛집 찾아 떠나는 여름휴가, 올해는 백화점·마트로 가자
  7. 7‘뉴딜펀드’ 3억까지 5% 저율과세
  8. 8불법 공조조업 3번 땐 어업허가 취소
  9. 9K-무인수중건설로봇 베트남 공사 투입됐다
  10. 10부산항 상생협업 아이디어 공모
  1. 1울산서 확진자 접촉 중학생 코로나19 확진
  2. 2부산 코로나19 추가 확진 4명…러 선박 수리→부경보건고 전파 추정
  3. 3멧돼지 잡으려다 … 총기 오발 추청 1명 사망
  4. 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이틀 연속 50명대…지역발생 41일 만에 최다
  5. 5경남교육청, 9월 1일자 교육공무원 454명 인사
  6. 6코로나 확진자 들린 PC방·동전노래방 전자명부 허점
  7. 7부산 수영교에 포트홀 … 폭 1m·길이 4m
  8. 8부산 을숙도대로 싱크홀에 차량 바퀴 빠져 … “절대 감속해야”
  9. 9사하구 코로나 확산…교육시설 47곳 원격수업
  10. 10코로나19 감염자 행세한 유튜버 집행유예
  1. 1LPGA 상하이 코로나 탓 취소
  2. 2한국 땅 밟은 이그부누, kt 배려에 ‘의리슛’ 쏠까
  3. 39이닝당 볼넷 4개…“류현진 낯설어”
  4. 4‘분하다 준태티’? 반하다 ‘승리의 티’
  5. 5‘세비야vs맨유’ ‘샤흐타르vs인터밀란’ UEFA 유로파리그 4강 대진표 완성
  6. 63연패 부산, 14일 성남전서 반등 노린다
  7. 7벤치클리어링 유발 휴스턴 코치 엄벌
  8. 8이달 11이닝 1실점…류현진, 돌아온 ‘괴물 지표’
  9. 9스트레일리 QS에 김준태 만루포... 롯데, NC에 8-4 제압 '6연승'
  10. 10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반도체·물산업 클러스터와 부산 /김영부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해수부, 언제까지 쉬쉬 할건가 /유정환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28년만의 휴가
수해 정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깜깜이 감염’ 조용한 전파 확산 부산 심상찮다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 여당, 민심 무겁게 받아들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베토벤 ‘월광소나타’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마음!
와인과 여행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