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느린 호흡의 의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2 19:52:50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에게 부산살이는 아직도 관광객 모드다. 강산이 두 번 넘게 바뀌고서 다시 돌아온 부산인데 바다 위를 관통하는 광안대교 같은 풍광은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부산 시내를 운전하다 예전 모습을 간직한 옛 건물과 도로를 볼 때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를 짓는다.

   
달밤에 거문고를 타고 있는 선비의 풍류를 그린 이경윤(1545~1611)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이런 감상도 잠시, 이내 뒷차의 경적에 정신이 번쩍 들기가 일쑤다. 20년 운전 경력이 초라할 만큼 부산 시내운전은 여전히 긴장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교통 안전캠페인 ‘깜빡이 단디’ ‘건널목 단디’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도로 위 많은 운전자는 상대방에게 ‘빨리빨리’를 재촉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자신에게 필요한 감성지능을 가질 여유조차 없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빠른 시대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처럼 빠름을 추구하며 살게 되었는가. 원래 우리는 여유로움과 느림의 미학을 가진 민족이었다. 그러한 민족성은 음악에도 잘 나타나 조선 시대 선비에게 음악은 교양이자 덕목이며 수신의 학문이었다. 조선 시대 궁중음악과 선비들이 향유했던 정악(正樂) 곡들은 음악이 빨라지면 나라가 혼란하게 된다 하여 대부분 느린 음악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중 영조실록 127권 여민락(與民樂)에는 ‘예전에는 동궐(東闕)과 서궐(西闕)을 왕래하고서야 일장(一章)이 끝난다 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임금의 거둥에는 항상 음악이 따랐고, 이에 사용된 여민락은 동쪽 궁궐과 서쪽 궁궐을 오고가는 동안 한 개의 악장만 연주될 정도로 매우 느린 음악이었다.

정악 중 가장 느린 음악인 수제천이나 영산회상 중 상령산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 박의 길이가 3초에 가까운 느린 음악을 수십 명이 연주하는 동안 서양음악의 지휘자처럼 박자를 저어주는 사람조차 없다. 이런 연주가 가능할 수 있는 비밀은 호흡에 있다. 서양의 메트로놈의 박자 기준이 사람의 심장박동에 있다면 한국은 들숨과 날숨의 일식(一息)에 그 기준을 둔다. 서양의 보통빠르기인 모데라토가 편안한 심장박동에 근거한 것이라면 우리의 편안한 호흡 주기는 그보다 3배 정도 느리다. 빠른 비트 음악을 들으면 흥분하게 되는 것과 반대로 정악을 들었을 때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호흡으로 연주하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몸이 맞춰지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옛날 좌금우서(左琴右書)라 하여 글을 읽다 잡생각이 나면 선비들은 거문고를 타며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음악은 정신과 마음의 예술이며 이를 수신의 덕목으로 삼았던 옛 조상들처럼 바쁜 생활 속에 음악을 통해 호흡을 한번 가다듬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 박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2. 2류현진 11승…사이영상 경쟁자 “셔저 긴장해”
  3. 3태풍 ‘다나스’ 부산 심하게 할퀴고 갔다
  4. 4[부동산 깊게보기]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5. 5[세상읽기] 신물산장려운동 /원성현
  6. 6‘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7. 7[도청도설] ‘파리 목숨’ 감독
  8. 8[국제칼럼] 감독 바꾼다고 롯데가 달라질까 /안인석
  9. 9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10. 10[서상균 그림창] 물 국회
  1. 1조국, 연일 對日 '항전' 주문…"겁먹고 쫄지말자…싸워 이겨야"
  2. 2‘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3. 38월 한미연합연습 명칭…'동맹' 대신 '전작권 검증연습' 검토
  4. 4바른미래·평화당 각 정파 ‘제3지대 신당’ 동상이몽
  5. 5조국 “쫄지말자” 연일 대일항전 촉구…야당 “선동질 말라”
  6. 6미국 볼턴, 한일 순방…양국갈등 중재 나설까
  7. 7정의당 부산시당 새 위원장에 현정길
  8. 8여야, 일본 대응 초당적 기구 금주 실무협의
  9. 9청와대·5당대표 ‘초당 협력’ 무색…여야, 추경무산 또 “네 탓”
  10. 10
  1. 1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2. 2‘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3. 3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4. 4 원전 해체 강국으로 가는 길
  5. 5“해체계획 철저히 세워 안전하게 진행된다면 경제효과 저절로 발생”
  6. 6정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 2730억 원 확정
  7. 7보험설계사 정보 공개된다…통합시스템 22일부터 개시
  8. 8한국, 10대 수출대국 중 가장 가파르게 수출 감소
  9. 9타지역 출신 청년 24명에 임대주택 제공
  10. 10위기의 대형선망 선단감축 가속화
  1. 1부산진구 348㎜... 태풍 다나스 소멸했지만 부산 곳곳 난리통
  2. 2버스 내릴 때도 교통카드 터치해야…부산시 할인방식 변경
  3. 3부산 센텀시티 지하 하나로 연결한다…민자개발 추진
  4. 4태풍에 거대 쓰레기장 된 광안리해수욕장…아쉬운 피서객들
  5. 5‘그것이 알고싶다’ 황주연 전처·내연男 상대로… “11년째 수배전단에”
  6. 6한국 기대수명 82.7년, OECD 상위권…건강염려증 높아
  7. 7고유정 독방요구 했지만… “현재 재소자·교도관과 잘 지내고, 밥도 잘 먹어”
  8. 8 경북 상주 지진… “청주 대전 등지에서도 흔들림 느껴”
  9. 9영화 ‘도둑들’ 출연배우 임달화, 행사중 흉기에 복부 찔려...피의자 조사 중
  10. 10황하나 ‘아버지 경찰청장 베프’ 자기 말 부인… 105일만의 석방
  1. 1 도스 안요스 신성 레온 에드워즈와 맞대결
  2. 2토트넘 VS 유벤투스 손흥민 선발 출전 “호날두 나와” TV조선서 중계
  3. 3'사이영상 경쟁 희비' 류현진 11승, 셔저는 복귀 연기
  4. 4광주세계수영=김수지 銅·우하람 4위…역대 최고 성적 올린 한국 다이빙
  5. 5UFC ‘약대 파이터’ 손진수 첫승 재도전… “데뷔전 이후 10개월 만 중계는?”
  6. 6스파이크 연습만 해도 "우와∼" 부산 깜짝 배구 열기
  7. 7광주세계수영=수구 골키퍼 이진우, 안면블로킹 투혼 "50번 맞아도 괜찮아"
  8. 8추신수, 일주일 만에 시즌 16호 홈런 '쾅'
  9. 9광주 첫 패배 불구, 아이파크, 통한의 자책골로 승점 차 못 줄여
  10. 10광주세계수영=여자 계영 400m서 대회 첫 한국신기록 '3분42초58'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기고 [전체보기]
약사 위상강화와 전문 보조인력 필요성 /정연일
오징어 금지 체장 강화? 현장 소리 듣길 /정성문
기자수첩 [전체보기]
창업 정책 보는 시각 교정할 때 /민건태
수변공원 해법, 야구장에 있다 /김진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의 세상, 그 우화의 이면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음악과 통일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권을 넘어설 지위는 없다 /이병욱
한국 ‘기술독립’이 급하다 /조민희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리 목숨’ 감독
합리적 보수의 죽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데이비드 호크니의 첫 생각
낭독의 문화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은근한 풋내, 곤드레밥
대통령도 즐긴 화포 메기국
사설 [전체보기]
동남권 관문공항 시민 체감도 높이는 이슈화 고민을
6월 국회 끝내 빈손…언제까지 네 탓 공방만 할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바람둥이 화가의 영원한 사랑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이홍 칼럼 [전체보기]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선거제 개혁 제대로 이뤄질까
부산시 정무라인을 향한 시선들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7월의 음악예찬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온도
와인 속의 삼총사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를 흠모한 이한복
1952년 부산 영도 해안
  • ATC 부산 성공 기원 달빛 걷기대회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