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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나경원 대표, 밀양 해천변에 가보시길 /이승렬

약산 김원봉 유공자 서훈…보훈처 의견 수렴 입장에 나 대표 “공산주의자” 비판

밀양선 약산 재평가 활발, 의열단 100주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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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지만, 신간 소개부터 할까 싶다. 김종훈 김혜주 정교진 최한솔 등 4명 젊은이가 쓴 ‘임정로드 4000㎞’(필로소픽 출간)가 바로 그 책이다. 1919년 4월 11일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광복을 맞이한 중국 충칭까지 이어갔던 26년의 발자취를 답사·취재한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더 많은 청년이 독립을 염원했던 임시정부의 귀한 발걸음을 좇아 떠났으면 한다. 직접 가보면 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어어졌는지”라고 책을 낸 이유를 분명히 했다. 오는 11일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펼쳐봤다.

유독 눈길이 가는 부분은 ‘제4부-난징’ 편이다. 백범 김구(1876~1949) 선생과 더불어 독립투쟁사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1898~1958?)의 흔적을 찾아가는 저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한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약산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배역을 맡아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고 인사하던 그 사람이다. 저자들은 약산이 1932년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의 훈련장이던 난징 근교 천녕사(天寧寺)를 찾는다. 저항시인 이육사를 비롯한 수많은 청년이 피땀 흘린 곳이건만, 지금은 수풀 속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이 장면에서 정확히 10년 전 취재차 갔던 경남 밀양시 상동면 모정리 고명학교 터의 황량함이 떠올랐다. 고명학교는 약산의 항일투쟁 출발점이다. 후일 의열단 고문을 맡는 백민 황상규, 의열단 결성 동지인 석정 윤세주 등과 이 학교를 다닌 약산은 ‘일왕 생일’을 맞아 일장기를 변소에 버리고 경축 행사를 반대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일제는 학교를 강제 폐교조치했다. 그런 고명학교 터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텃밭으로 변한 것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 약산의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여동생 김학봉 여사를 수소문하던 일 등이 떠오른다.
주지하다시피 약산은 1920년 9월 의열단원 박재혁 의사에 의한 부산경찰서 폭파 의거 등 20여 차례의 일제 주요시설 폭파 및 고관·친일파 암살 기도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1938년에는 조선의용군을 창설했고 1940년 이후 임시정부에 투신해 광복군 부사령관과 군정부장, 국무위원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백범(당시 60만 원)보다 많은 100만 원(현재 화폐 추산 320억 원)의 최고 현상금의 주인공이면서도 일경에 체포되지 않았던 그는 해방 후 남과 북 양쪽에서 버림받았다. 좌우합작을 주창한 몽양 여운형을 돕던 김원봉은 악명 높은 친일경찰 출신에서 해방 후 경찰 고위직으로 둔갑한 노덕술에게 한밤 중 내의차림으로 끌려가 “공산주의자 아니냐”며 고문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수차례 암살 기도를 당하고, 여운형까지 암살되자 그는 살기 위해 북쪽을 택했다.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이후 10년간 약산은 노동상 등의 보직을 맡지만, 김일성 일파로부터 ‘민족주의파’라고 비판받고 1958년 숙청당했다.

그의 월북은 남은 가족들에게 재앙을 가져왔다. 형제 중 4명과 사촌 5명이 전쟁 때 총살당했고, 부친은 굶어 죽었다. 형제 11명(9남 2녀) 중 유일하게 살아 있던 막내 동생 김학봉 여사는 지난 2월 24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운명했다. 약산과 34년 터울로, 월북 직전 단 두 번 만난 것이 전부인 고인도 서울 종로경찰서로 연행돼 심문을 받아야 했고, 남편은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으며 아들들은 고아원에 가야 했다. 고인은 2005년 이후 약산의 서훈을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약산과 가족의 비극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과 비정상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오랜 세월 ‘김원봉’은 금기어나 마찬가지였지만, 근래 들어 약산의 태생지인 밀양시 내이동 해천 주변에는 김원봉 윤세주 최수봉 등 항일 독립투사의 삶과 애국정신을 기리는 사업이 활발하다. ‘해천 항일운동테마거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김원봉은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됐다. 국가보훈처가 약산의 서훈 수여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는 것과 관련한 발언인데, 역사 학계에서는 나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수 야당 정치인인 나 대표의 정부 정책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약산이라는 인물의 일생이 과연 일제강점기를 겪지도 않은 정치인 한 명이 일도양단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여, ‘무지의 소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밀양 해천에 가보시라. ‘직접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의열단 창단 100주년이기도 하다. 의열단은 약산을 비롯한 13명의 젊은이가 1919년 11월 9일 밤 중국 지린성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치기로 결의한 후 탄생했다. 잊어선 안 될 역사의 일대 사건이다.

편집부국장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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