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초미의 관심은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다. 2016년 총선 당시 노회찬은 좌파 단일후보로 나섰다. 단일화의 효과는 주효해 정의당 노 후보는 51.5%를 얻어 40.2%를 받은 당시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을 꺾었다.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는 8.3%에 그쳤다.
이번 보궐선거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첫째,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단일화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창원 성산은 원래 정의당 몫이라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창원을 찾지 않았다.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에게 의석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 목을 맸고 결국 정의당과 민주당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둘째,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데뷔전이다.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관료티를 벗고 대중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선거다. 이를 아는 듯 그도 결사항전의 각오인 듯하다. 창원에서 아예 숙식을 해결하며 통영·고성 두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방점은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에 찍힌 것 같다. 선거 결과에 따라 황 대표는 날개를 달 수도, 아니면 리더십이 정신 없이 흔들릴 수도 있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PK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다. 솔직히 부울경지역의 민심이 예전만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난 1월 말 정부는 24조 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23개 사업을 정하면서 경남에 가장 많은 4조7000억 원의 예타 면제 선물을 줬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사업 중단으로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창원경제에 깊은 주름살이 생겼다. 이 두 가지 사안을 두고 PK 민심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넷째, PK의 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이다.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원천은 바로 PK 민심이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지나친 호남 우대인사가 계속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은 이제 상대적 박탈감으로까지 번졌다. 재주는 누가 부리고 돈은 누가 버는지에 대한 평가다.
최근 7개 부처 장관후보를 발표하면서 출신을 고향이 아닌 출신고로 분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호남 출신이 고향으로는 3명이지만 출신 고교로는 제로이기 때문이다.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가 총력을 기울여 대회전을 펼치는 창원 보선은 작지만 큰 선거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방이 극단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 좌파가 승리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공언하는 ‘20년 집권-50년 집권-100년 집권’의 첫 단초가 마련된다. 보수 우파가 이기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순식간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창원 성산은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의 장이 된 것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 우파는 거의 궤멸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헌재 파면 결정으로 도덕적 기반이 무너진 보수 우파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한 대북유화정책이 그동안 평화무드를 조성해왔고,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평화무드에 가려졌던 병폐와 문제점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리한 최저임금, 52시간 근무제,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 등이 적나라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보수 우파들은 이번 보궐선거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심판의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난 3년간 계속 밀리기만 하던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키는 계기가 온 것이다. 정치도 흐름이다. 일단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확고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2022년 대선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보수 우파들의 그랜드 디자인이다. 창원 보선은 그 그림의 시금석이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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