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향후 3년간 대출 100조 원을 공급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이 어제 개최한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금융도 혁신해야 한다며 여신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아이디어를 갖춘 창업·벤처기업이 자금조달 걱정없이 과감한 도전을 하기 어려운 기존 관행을 깨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금융 패러다임을 가계금융·부동산 담보 위주에서 자본시장·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권과 생산설비,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서로 다른 자산을 포괄해 한 번에 담보물을 평가·취득·처분하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2021년까지 기업의 자산과 기술력, 영업력 등 미래 성장성까지 종합 평가하는 ‘통합여신심사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금융 90조 원 등을 공급한다는 세부 목표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대출 관행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창업기업 등에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율에만 맡겨 둬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여신시스템 개혁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나아가야 할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역시 금융권의 적극적인 동참에 달려 있다. 보수적이고 실적 위주인 과거 대출 행태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 또한 이를 감안해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지원하며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고의, 중과실이 아니면 면책하는 등 금융감독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더는 금융기관이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비판을 받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