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의 성희롱 및 성추행이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학교 학생들이 최근 만든 ‘A여고 미투 공론화’ 계정에는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생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은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부 교사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 다수 교사가 연루됐다고 폭로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의혹을 받는 교사들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만큼 곧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SNS 계정을 보면 이런 일이 과연 여고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마사지를 한다고 어깨나 얼굴을 만지는가 하면 술에 취해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음란한 대화를 한 교사도 있었다. 여성 비하 발언이나 성적인 농담도 만연했다. 게다가 종교재단이 세운 이 학교에 근무하는 성직자마저 성희롱에 가까운 말을 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학교 측의 태도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학교 교장은 사안이 확대되자 최근 전교생을 강당에 불러 모은 뒤 학생들의 단체행동과 외부 폭로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시교육청의 긴급조사 결과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이 전교생 680여 명 가운데 100명에 이르고 연루 의혹 교사만 13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학교 측이 이 같은 무책임한 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시교육청은 하루빨리 이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실시한 뒤 해당 교사에게는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를 입은 학생을 위한 보호 조치와 상담지원도 병행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다른 학교에서는 비슷한 일이 없었는지를 전수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위법 행위가 확인된 교사는 신속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여고생들이 성적 추태를 일삼는 교사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