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의 사외이사 선임 문제로 말들이 많다.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인물이 한국거래소의 이해관계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반복해서 일어나니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대체거래소(ATS)를 추진하는 증권사 대표가 한국거래소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문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정 대표가 선임되면 한국거래소 사외이사를 하면서 한국거래소와 경쟁 관계에 있는 또 다른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법상 겸업 방지 규정 위반 소지와 이해 상충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법 제39조 제1항을 보면 회사의 영업 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

더욱이 대체거래소 설립은 올해 들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올 초 대체거래소 설립 준비를 위한 ‘자본시장혁신과제TF’를 출범시켰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TF를 대체거래소 설립 사무국과 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 단계로 보고 있다. TF에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가 참여한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에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 문제는 정 대표는 전병조 사외이사의 후임이란 사실이다. 전 사외이사도 KB증권 대표였다. 대체거래소 설립을 주도하는 증권사 대표가 연이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이다. 당연히 지역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업계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보다 대체거래소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증권사 대표의 사외이사 겸임은 법 위반 여부를 떠나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다.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