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지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앞서 손 대표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하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손 대표는 또 그 기구의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손 대표의 제안이나 문 대통령의 수용 모두 시의적절한 조처다. 현재 미세먼지 문제만큼 해결이 시급하고 절실한 생활 현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마인츠 의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이 ‘유럽심장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그런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논문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88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치(720만 명)보다 160만 명이나 많은 수치다. 특히 중국의 조기 사망자는 연간 280만 명으로 WHO 추산치(115만 명)의 약 2.5배에 이른다. 이를 미루어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1만5800명)도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의 핵심은 초미세먼지다. 연구팀은 조기 사망자의 대다수가 초미세먼지 때문에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유럽의 초미세먼지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보다 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이 이처럼 대비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에 견주어 우리는 너무 안일한 건 아닌지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손 대표는 “형식적 기구가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범사회적 기구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반기문 전 총장에게 최대한 권한을 부여해 국내외적으로 권위를 갖고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국민의 바람도 같다. 덧붙일 말도, 뺄 말도 없다. 그런 만큼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권이 발족할 기구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국민 또한 적극적인 호응으로 화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