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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배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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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터넷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된 사진 한 장. 대형 화물선 1대가 광안대교와 충돌했다.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상상만 했던 사고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어 사고 경위가 속속 밝혀지지 시작했다. 선장의 음주 운항을 단속하지 못한 정황, 도선사 없이도 좁은 부두를 커다란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규정, 주요 교통 인프라인 광안대교를 지척에 두고도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관련 기관의 미숙함까지.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의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다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이튿날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 해양경찰 등이 참석한 사고 관련 브리핑 현장. 시설공단 추연길 이사장은 사고 직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과잉통제도 우려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사하구 승학산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엔 산비탈이 일부 무너진 1차 사고 이후 현장 인근 출입을 통제하고 인원을 대피시켰다. 커다란 바위가 도로로 떨어지는 2차 사고가 이어졌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광안대교 사고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선제적으로 통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대부분의 의심은 불신을 낳지만, 안전에 대한 의심만큼은 다르다. 한 번 더 의심하고 확인할수록 사고가 일어나거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한 번의 큰 사고가 있기 전에 29번의 가벼운 사고가 있고, 이에 앞서 300번의 사소한 증상이 발견된다는 내용이다.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앞서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전조가 반드시 있다는 얘기다.
안전사고가 이어지면 책임을 져야 할 기관을 향한 불신은 커진다. 최근 잇따른 각종 안전사고로 오거돈 시장이 강조하는 ‘건강 안전 도시 부산’에 대한 시민의 의심도 갈수록 깊어져 간다. 이제부터라도 ‘설마’가 아니라 ‘혹시’를 전제로 해 안전 관련 규정을 만들고, 예산을 충분히 집행해 관련 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실전을 가정한 훈련까지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안전 사고는 먼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부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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