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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영화도시 부산, 장밋빛 환상 깨자 /김희국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6 20:09:33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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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부산은 영화산업 중심 도시인가?’

최근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일이 하나 발생했다.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을 위탁 운영해온 ㈜에이지웍스(AZ Works)의 대주주이자 시설 입주기업인 포스 크리에이티브 파티가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 시민에게 생소한 영상후반작업시설, 더 생소한 에이지웍스와 포스의 서울 이전 결정은 부산이 영화산업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왜 그런지 시계를 10년 전인 2009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2월 영상후반작업시설이 개관했고 부산영상위원회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미리 보는 10년 후 부산 영상산업’이란 토론회가 열렸다. 먼저 영상후반작업시설이 개관하면서 지역 영화계는 마침내 부산이 영화산업의 중심지가 됐다고 흥분했다. 물론 근거는 있었다. 당시 부산은 국내 ‘로케이션 1번지’로 유명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장편영화의 절반 가까이가 부산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필름 현상과 편집 등 영상후반작업시설이 없어 촬영을 마친 제작사들이 서울이나 외국으로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 영상후반작업시설은 부산의 한계를 한 번에 해결해 영화 제작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원스톱으로 진행시켜줄 수 있었다. 한마디로 화룡점정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상위 설립 10주년 토론회에서 영상물 촬영 스튜디오와 영상후반작업시설 등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에 90% 이상 집중된 영화영상 분야 전문가와 제작사들의 부산 이전이 가속화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심지어 2012년 부산이 한국 영상산업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이란 충격적(?) 예언도 등장했다.

이제 현재로 돌아오자. 영상후반작업시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애물단지였다. 개관 후 세 곳의 회사가 운영난을 겪다 손을 뗐고 그나마 네 번째인 포스가 5년 동안 끌고 왔다. 포스가 부산을 떠나면 또다시 영상후반작업시설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

영상후반작업시설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10년 전 장밋빛 전망은 대부분 전망에 그쳤다. 전문가와 제작사들의 부산 이전도, 영상산업 중심도시 성장도 모두 꿈이었다. 그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통계가 있다. 2016년 국내 영화산업 매출액은 5조2550억 원이다. 이 중 부산의 매출액은 2147억 원이고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2009년 부산의 영화산업 매출액 617억 원(전국 비중 1.8%)과 비교하면 다소 늘었지만 영화산업 도시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부산은 2004년 ‘세계도시 부산 2010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화영상산업을 4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부산 영상도시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의뢰해 2005년 로드맵을 만들었다. 그에 따라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영상후반작업시설에 232억 원, 영화의전당 건립에 1678억 원(시유지였던 땅값까지 포함하면 5000억 원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을 뿌렸다. 이뿐인가.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부산영상위 운영에 수십억 원을 쓰고 있다. ‘영화’에 쏟아부은 돈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

그렇게 해서 부산은 ‘영화도시’란 브랜드는 얻었지만 ‘영화산업’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영화산업의 실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10년 전 ‘국내에 영화산업은 없고 허상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듣지 않았다. 지금도 따져보고 싶다. 2016년 국내 매출액 규모가 5조 원인 영화산업이 부산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을까.
이제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 그리고 부산과 영화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부산 영화계에서 목소리 큰 한두 명의 즉흥적 제안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서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마련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0년을 반복하면서 ‘영화도시’ 브랜드마저 잃을 수 있다. 영상후반작업시설은 환상을 깬 경고음이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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