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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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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는 개인들의 공간이다. 서로 무관한 이들이 부딪히며 어울리는 영역이다. 법은 이 공간의 규칙이다. 이곳에서는 법전의 문장이 개인 간의 대화와 공감에 우선한다. 법은 곧 행동지침이다. 이 때문에 법은 편하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때 특히 그렇다. 달리 말해 법 바깥의 공간은 어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법이 없는 영역에서 개인과 개인의 융화가 피어나기도 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8월부터 공공장소에서의 언어 성희롱을 법으로 제재한다. 그 이전까지는 한국처럼 물리적 접촉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됐다. 이제는 아니다. 공공장소에서만큼은 성적으로 불쾌한 언행은 하지 않는 것이 이 나라의 행동지침이 됐다. 물론 법이 생기기 전에도 프랑스 국민들은 언어 성희롱이 ‘하면 안 되는 일’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터다. 다만 오늘날의 우리는 언어 성희롱을 단순한 결례가 아닌 범죄로 생각한다. 법이 교양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교양 없는 사람은 곧 범법자다.

국내에서도 공적 영역에서의 언어 성희롱을 법으로 다스리자는 말이 나온다. 법이 개인의 ‘입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된 데는 오늘날의 흐름이 밑바탕으로 자리한다.‘ 미투’로 대변되는 ‘억압된 것의 회귀’는 성적으로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보여줬다. 법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위로해주리라 기대됐다. 공적인 폭력인 법이 자신을 대신해 폭력으로 갚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법은 분노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 법의 기초적 형식은 ‘금지’다.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분별하는 게 법의 역할이다. 언어 성희롱 등 언행의 금지는 ‘걸리면 안 된다’는 방어적 인식을 낳는다. 그 탓에 개인 간에 촉발된 여러 문제를 제대로 숙고할 기회를 훼손당한다. 성 문제는 대개 상대방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존중 없는 태도, 즉 ‘교양 없음’에서 비롯된다. “한남의 빻은 소리”라는 표현은 “교양을 갖춰 달라”는 요청을 다소 공격적으로 말한 것이라 봐야 한다. 성 담론에서 요구되는 진정한 가치는 교양을 갖추는 것, 무엇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지를 아는 것이다. 물론 입법의 불비를 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양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고찰과 성숙의 환경을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사회부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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