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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역사왜곡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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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에 대한 색출·처벌은 세계 2차대전 종료 후 7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형이다. 폴란드 민간인 학살 당시의 나치부대 지휘관이었던 한 명이 지난해 미국 은신처에서 적발돼 폴란드 법정으로 보내진 것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에는 평생 나치 전범을 추적해 법정에 세운 프랑스의 70대 부부가 독일 정부의 훈장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둘 중 유대인 남편은 8살 때 아우슈피츠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픔으로, 독일인 아내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에 속죄하려는 뜻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역대 독일 정부는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과거 잘못을 끊임없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해마다 갖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식이 상징적이다. 심지어 나치 지배 때의 집단 학살을 부정하거나 찬양·경시해도 법에 따라 처벌한다. 인종·민족·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 또한 마찬가지다.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는 걸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방임할 경우 희생자와 가족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유사범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1985년 그 같은 법을 만들었다.

독일뿐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가 홀로코스트 부정과 나치 찬양, 인종차별 등을 법률로 금지한 상태다. 유럽연합은 1996년 같은 취지의 협약을 맺었고, 프랑스는 1990년 특별법까지 제정해 범죄로 못 박았다. 반인류적인 범죄 등을 부인하거나 옹호하는 걸 단호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는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 추진이 이슈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왜곡 망언을 계기로 여야 4당이 이 법률 제정에 공조한다는 소식이다. 현행 ‘5·18 특별법’을 개정해 처벌규정을 강화하거나 별도 특별법을 만드는 안이 거론된다. 유럽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어느 쪽이든 악의적인 역사왜곡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어제 발표된 국내 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5·18 왜곡’ 당사자인 한국당 일부 의원의 제명에 대해 찬성 64.3%, 반대 28.1%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명백한 역사왜곡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그와 엄격히 구별되어야 옳다. 이미 판명된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하는 언동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민주·법치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 없다. 뒤늦게 사과한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보수를 넘어 국민을 욕보이는 행위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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