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산하 공공기관장 25명의 올해 기본 연봉을 지난해보다 5% 안팎으로 깎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그 중 ‘고액 연봉’이란 비판을 듣는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의 경우 최대 40%, 부산연구원장은 최대 15%를 각각 삭감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성과급은 제외한 것이지만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장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공공기관 혁신에 대한 부산시의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공공기관의 경영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관장 연봉은 과한 측면이 다분하다. 기본 연봉만 따져 1억 원 이상이 8곳이고, 1곳을 제외한 나머지 16곳은 모두 8000만~1억 원 미만에 이른다. 이를 좋게 볼 시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게다가 재정 혁신 등의 자구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해마다 인건비와 정원을 늘려왔다. 그러면서 시 지원 예산을 꼬박꼬박 받으니 기가 찬다. 공공기관의 이런 잘못된 관행을 시가 바로잡겠다는 얘기인데, 뒤늦은 감이 있으나 당연한 행보다.

시는 올 들어 공공기관 고강도 혁신작업에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올해 지원 예산의 20%를 유보하고 각 기관에 ‘경영진단 태스크포스’를 신설하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관장 재임 2년 때 중간평가를 통해 나머지 임기 1년을 보장하는 것이나 연봉 삭감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알려진 대로 부산시 공공기관 수는 국내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다. 이와 맞물려 정원 및 인건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고, 시 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다. 그 점에서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과 재조정 등의 공공기관 경영혁신은 필수적 요소다.

지역에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사회·경제·문화·복지 등 각 분야에서 시민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미쳐서다. 따라서 그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성과를 내야 옳다. 그렇지 않고 방만 경영이나 무사안일에 빠져서는 존재가치가 무색하고 시정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제 공공기관 혁신에 힘이 실릴려면 외부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관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