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G(생체신호정보)를 저장하고…(중략) 모바일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바른 자세를 교육하게 되면…(후략).” 최근 우리 학과와 물리치료학과 학생 몇 명이 공동으로 특허 출원한 것을 지난주 있었던 교내 워크숍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이 전형적인 의료 분야 용어인 EMG를 얘기하고 있으니 다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발표한 학생은 분명히 우리 학과 학생이다. 그 모습이 대견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은 학교 이름만 달랐지 설치된 학과, 제공하는 프로그램, 교육 과정이 천편일률적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대학을 만들기만 하면 학생이 구름처럼 몰려드니 돈 좀 있는 사람은 앞다퉈 대학을 설립해 작은 왕국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임금 행세하며 권력과 부를 축적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하락하면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국가는 대학 특성화 사업을 제시했다. 각 대학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고민하고, 우수한 계획을 제시한 사업단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했다. 그게 바로 CK-1(지방대학특성화) 사업과 CK-2(수도권대학특성화) 사업이다. 대학을 통제하기 쉽게 하려고 국가가 원하는 형식으로 대학을 평가해 재정지원 대상을 선정한다는 비판도 받아왔으나 이런 재정 지원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속한 소프트웨어학과는 대표적인 의료·보건학과인 물리치료학과와 손잡고 ‘4D 헬스케어 창의인재 양성 사업단’을 조직해 첨단 IT와 헬스케어 역량을 겸비한 미래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해 2016년 9월에 선정됐다. 2년6개월간 20억 원의 사업비로 인재 양성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고, 다음 달이면 사업이 끝난다. 2년 반 동안 사업을 수행하면서 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시설 및 실습 기자재에 투자해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했다. 또 전임교원 2명을 채용했으니 고급 인력의 취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인재인 융·복합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8개 특별 과목을 개설해 연인원 847명이 수강했다. 해외취업 1건, 창업 2건, 특허출원 4건, SCI급 논문을 포함한 53건의 논문 게재 및 발표, 국제임상실습 32명 수료, 국제인턴십 5명 수료라는 성과를 올렸다.

뭐니 뭐니 해도 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이 헬스케어에 관한 전문지식을 이해하고, 물리치료학과 학생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는 등 융·복합 인력으로 탈바꿈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업단은 요즘 대학생이 많이 쓰는 말로 가성비(투자된 금액에 비해 성능이나 효과가 높다는 뜻)가 높은 사업단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올해 2월로 사업이 끝나지 않고 내심 5년가량 계속 연장되길 기대했으나 국가로서는 한정된 예산을 또 다른 계획에 투자해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사업을 끝낼 수밖에 없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지방대학특성화 사업은 교수가 아닌 학생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어서 교수 입장에서는 그전까지 안 해도 됐던 업무 때문에 부담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제자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하니 기꺼이 그 과제를 떠안은 면이 없지 않다. 그 노력과 성과가 사업의 종료로 자칫 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는 지난해 실시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다양하게 펼쳐왔던 목적성 재정지원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올해부터 대학혁신지원 사업 형태로 전환해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교수가 대학특성화 사업을 수행하면서 노력하여 얻은 성과가 대학혁신지원 사업에서도 유지되고 더욱 발전되도록 하려면 지원을 받은 대학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사업비를 대학 특성화 사업에 반드시 사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단발성, 단기성 사업으로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커녕 지역사회를 선도할 인재조차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