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어촌에 물질을 하지 않으면서 해녀로 허위 등록해 어업피해보상금을 받아 챙기는 ‘가짜 해녀’가 활개치고 있다. 지자체에 등록된 해녀 10명 중 8명이 가짜라고 한다. 가짜 해녀 양산은 어촌계장이나 마을 이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보상기관 담당직원의 공모에서 기인한다. 그를 통해 공익에 써야 할 금쪽 같은 공공재원이 줄줄 새나간다. 그런데도 근절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수원 보상담당자가 울주군 한 마을의 어촌계장, 전 이장과 짜고 107명의 가짜 해녀를 양산해 14억 원의 어업피해보상금을 지급했다. 체육관 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다른 직업 종사자들이 버젓이 해녀로 등록돼 있는가 하면, 물질 자체가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도 명단에 올려져 있었다. 가짜 해녀는 등록 해녀(130명)의 80%를 웃돈다. 현재 울주군의 등록 해녀는 1000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비슷한 비율일 것으로 추산된다. 진짜 해녀를 찾으려면 탐문에 이어 물질 실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할 판이다.

울주군에 등록 해녀가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06년 신고리원전 1·2호기 건설을 위해 보상을 실시할 때부터다. 마을마다 50~70명에 불과했던 해녀가 3~4배로 급증하고, 거의 볼 수 없었던 해남까지 60여 명이나 등장했다. 이를 미뤄볼 때 바다 개발이나 해양오염 등에 따른 보상이 진행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해경은 이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근본문제는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해녀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의 맹점에 있다. 해녀 신고제를 폐지한 뒤 정기적으로 물질 여부를 확인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상 때 전문기관의 조업 실적 공증을 거쳐야 하는 건 기본이다. 원시적인 해양수산행정이 해양수산업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