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강사 수업은 대학 교육의 골격 /차동욱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6 19:35:04
  •  |  본지 34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혈당 수치가 높아져 섭취 금지 식품인데도 초코파이를 샀다. 아내에게 “우리 첫 키스하게 만들었던 게임이 생각나서 샀어. 지금 해볼까” 했더니, “단 거 먹고 싶어 별 쇼를 다 하는구나. 안 돼”라는 답이 돌아온다. 초코파이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특별하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노인정에서. 나는 이와 조금 다른 초코파이의 맛 하나를 기억한다. 10년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 맛봤던 애증의 초코파이가 그것이다.

스승의날을 한 주 앞 둔 어느 날, 카네이션을 단 교수들과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교실에 들어섰을 때 내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나 싶었다. 초코파이 스무 개 정도를 피라미드처럼 쌓고 그 위에 촛불을 켜 스승의날 노래를 부르며 학생들이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이후 며칠 전 치른 중간시험 결과를 궁금해 할 학생들에게 빨리 점수를 알려주려고 밤늦게까지 채점한 후 인터넷으로 공지했다. 하지만 이틀 뒤 강의실 분위기는 다시 한번 내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나 착각하게 만들었다. A+를 받은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도 수업에 최선을 다했다.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의 강의평가 확인 기간에 읽은 몇몇 학생의 표현은 내 가슴에 못질을 했고, 다시는 그 대학에 강의를 가지 않았다. 그 표현은 “나는 이래서 강사 수업이 듣기 싫다”였다. 이전 학기에 다른 세 개 대학에서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했는데, 강의평가가 5점 만점에 4.5 이상의 고공행진을 할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이 대학에서도 좋은 강의평가를 받으면 자축하며 먹으려고 초코파이를 아껴두었는데, 다 버렸다.

내 애증의 초코파이 사례는 강사들이 겪는 많은 비애 중 아주 경미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그 비애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달래 줄, 일명 ‘강사법’이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핵심은 강사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방학 동안 월급 지급, 퇴직금 보장, 건강보험 가입 등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강사 수업을 아예 없애고 있고, 정부도 사실상 관망만 하는 상황이다. 학생 수 줄어든다고 교수도 안 뽑고 강사 수업도 없애면 학생들에게 뭘 어떻게 가르치라는 말인가.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온갖 풍파를 헤쳐 나가는 국가이다. 대학교육은 그 인적 자원의 능력을 전문화하고 혁신하며 사회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능을 한다. 대학의 강사 수업은 이러한 대학 교육의 골격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강사 수업의 보장은 강사의 생존권 보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의 기반이 되고, 대학생의 다양한 학습권 보장의 문제이다. 신진학문세대라는 특징과 함께 온갖 학사 행정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강사 수업은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개별 학문분야의 고전적 주제와 새로운 분야를 연결시키고, 원론과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각론을 잇는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다.
돈이 없는가. 교육부는 온갖 영어 약자 이름을 붙인 교육 사업을 미끼로 대학들을 줄 세워 왔다. 대학들은 그 돈을 받으려고 화려한 사업신청서를 제출하고 선정되면 그걸 홍보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 사업들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좋은 교육이 제공됐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대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회의적일 것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교육부의 각종 대학지원사업 예산들을 포장만 화려하게 해놓은 교육프로그램에 낭비하지 말고 대학 교육에 필요하지만 교수들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업의 강사료를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교육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학 교과목과 각 대학이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재직 교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교과목들을 취합·심사·선정한 뒤 교육부에서 직접 집행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교육부 시스템에 직접 만족도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단, 강사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수업의 존속 가치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