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시내 주요 교통 체증 구간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시는 사람 중심의 안전한 보행 정책 실현이라는 시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혼잡통행료 징수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는 자동차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찬반 논쟁에 대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대체 교통수단이다. 혼잡통행료 추진에 앞서 전제돼야 할 조건이다. 자동차를 몰지 않아도 될 만큼 대중교통수단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잡통행료를 내고서라도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밖에 없다. 혼잡통행료 부과가 차량 대수를 조금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통행료 부과나 유류세 인상으로 자동차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도시철도 등과 같은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은 집값이 싼 낙후지역이다. 이런 지역 시민에게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혼잡통행료를 물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라고 하면 또 다른 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간 낭비와 불편을 감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시민 정신에 호소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현재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서울 남산 1, 3호 터널만 봐도 알 수 있다. 혼잡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6년 11월부터 부과하고 있는 혼잡통행료의 폐지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중교통체계를 잘 갖춘 서울조차도 정책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행에 앞서 면밀하고 신중한 준비와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대중교통 체계 구축에 대한 마스터플랜 제시가 먼저다. 그래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수도권처럼 도시철도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대도시의 교통 정책은 도시철도로 넘어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버스중앙차로제 확대도 하나의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부터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체 교통체계 구축이 1, 2년 만에 될 문제가 아닌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