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올해에도 순탄하지 않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이 개발한 지표인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를 보면 지난달 한국의 지수는 243.00으로 나타났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을 하기 직전인 2017년 2월(299.7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시 탄핵정국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경제 위기가 올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매우 심각한 일임이 분명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통해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불황 등의 이유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달 초 “지난해 겪었던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질 조짐”이라고 언급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를 헤쳐나갈 만한 뚜렷한 반등 요인을 현재로서는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보면 올 1분기 시황 전망은 83, 매출 전망은 85로 분기점인 100에 턱없이 모자랐다. 지난해 107만3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실업자 숫자도 올해 획기적으로 감소할 전망이 희박하다. 올 1월 1~10일 전체 수출 실적은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가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 때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발언이 신뢰를 얻으려면 지금과 같은 경제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 역시 혁신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는 것이 마땅하다.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경제 위기는 상시화·고착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