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이자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의 동백나무들이 탄저병과 깍지벌레병 등 각종 병충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섬 곳곳의 나무에서 잎이 타들어가거나 구멍이 나고 꽃이 시드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해운대구는 “나무의 생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병”이라며 “자주 나타나는 병증이 아니라서 주기적인 예방 조처를 할 수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나무의 병충해 감염 사실은 정기적인 순찰과 육안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발견해 대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운대구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 11월 동백섬 일대 수목에 대한 방제 작업을 하면서도 동백나무의 질병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니 해운대구의 해명에 신뢰가 안 가고 지나치게 안이하게 관리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운대구 산하 해운대관광시설사업소가 내놓은 해명은 더 이해할 수 없다. 사업소 측은 “지금까지 동백섬 동백나무에 병충해가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매일 점검팀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했다. 현재 동백나무 상태는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이다. 사업소 직원들이 제대로 점검을 했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리가 없다. 동백섬이 어디 독도 옆에 있나. 가서 보면 당장 확인이 가능할텐데 보고만 받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한다.

동백섬 수목 관리가 비전문 기간제 직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따지고 보면 병충해 관리에 대단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탄저병과 깍지벌레병은 동백나무에 자주 발생하는 병충해로 시기에 맞춰 약만 잘 뿌려주면 예방 가능하다. 동백섬은 1948년 군사작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부를 제외하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으나 200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완전 개방돼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백섬 동백나무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해운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병충해 대책을 수립해 먼 걸음을 한 관광객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