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남·북·미 3국 간에 진행돼온 협상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성과에 대한 지지 표명과 함께 “유관국이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관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반도 문제 해결을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미국의 ‘선 비핵화’ 요구에 막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평화협상을 타개하는 데 중국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예고됐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들’은 북·미·중 3국이며, ‘다자협상’은 여기에 남한을 포함한 ‘4자 협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4자 협상’은 지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에도 담겼다.

북중의 변화 시도는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 등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걸맞은 상응조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과는 미지수다.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미국이 3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두고 중국을 북한 비핵화의 걸림돌로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4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임무가 한층 어렵고 중대해질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상의 방정식이 남·북·미 3차에서 남·북·미·중 4차로 복잡해져서다. 하지만 유관국, 특히 중국의 지원과 보증은 필수요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을 비핵화·상응조치의 합의로 꼽았다.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 등 유관국이 그 합의 도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