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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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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02 19:37:01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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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벤처기업 사장이 면접을 보러온 청년에게 주사위 두 개를 주면서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면 주사위 눈의 합이 12가 나오도록 던져보게.” 과제를 받은 청년은 주저하지 않고 주사위를 던졌다. 그리고 합격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청년은 12가 나올 때까지 계속 던졌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지면 언젠가는 12가 나오는 법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운동선수들의 자세는 언제나 존경심을 갖게 한다. 지난해 신체적 조건이 중요한 스포츠세계에서 나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이들이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13년 79승째를 달성한 뒤 지난해 9월 통산 80번째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가 극심한 슬럼프와 허리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스윙을 교정하며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고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힘을 주었다. 그는 올해 만 43세로 역대 최고령 세계랭킹 1위도 욕심낼 만하다.지난해 11월 일본 프로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최호성(46) 프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우승함으로써 독특한 그의 스윙 자세는 또다시 팬들의 화두에 올랐다. 처음 공개된 그만의 낚시스윙은 지난해 6월부터 동영상 사이트와 SNS상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수산계 고교 졸업 후 참치 해체 실습 도중 왼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우연히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골프와 만났다. 직원도 골프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26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 잡지를 보고 독학으로 자세를 익혔고, 2001년 프로가 된 뒤 국내에서 2승을 올렸다.

그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스윙을 개발한 결과 비거리를 2년 전에 비해 20m 정도 늘렸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젊은 선수보다 부족한 유연성과 손가락 장애, 그리고 주변의 비웃음을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30)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3)의 노력도 본받을 만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그동안 서양 선수들이 지배하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승한 이상화 선수는 12위를 기록한 고다이라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4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상화는 500m 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고다이라는 5위에 그쳤다. 20대 후반의 나이여서 이때 지원하는 업체도 모두 사라졌다.

소치 올림픽 후 무명의 고다이라는 뒤늦게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2년간의 유학 동안 그는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2016~17시즌부터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부상으로 주춤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강자로 자리 잡았다. 500m에서 무패의 선수가 되었고, 1000m 세계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이후 일본팀의 주장으로 평창을 찾은 그는 비록 1000m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 역사상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의 나이 32살에 얻은 결과였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세계 최고 선수가 된 고다이라의 비결은 체력이었다.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진 그 체력이 결국 경쟁력이 됐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언제나 부상을 달고 산다. 그리고 재활을 반복하는 그들의 세계에서 30대를 넘긴 선수는 노장이다. 한때 세계 1위였던 타이거 우즈는 40대 중반이 되어 5년 만에 다시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최호성 선수는 45세에 우스꽝스러운 낚시스윙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일본 골프계 정상에 섰다. 평생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고다이라는 30대가 되어 세계 최고 선수가 되었다. 이는 그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생 무명의 삶을 살면서도 항상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온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과 같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잡아 끊임없이 다시 시도하라.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부산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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