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는 명석한 축구해설로 유명하다. 경기 결과까지 잘 맞춰 ‘표스트라다무스’란 별명이 붙었다. 그런 그도 방송해설 중 말 실수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팀의 김민우에 대한 멘트라고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김 선수의 실수 장면을 보고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크로스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바로 꼬집은 것. 이는 경기 중 선수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인데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자책이었다.

스포츠 해설자도 그럴진대, 온갖 말이 난무하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그러기는커녕 어처구니 없는 발언으로 빚을 더 지는 일이 허다하다. 사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입이 무겁고 ‘대쪽’으로 이름났던 이회창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20년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 기자회견에서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발언해 여당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정치권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서울사람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낭패를 본 게 대표적이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것과 어금버금하다. 앞서 1996년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가 장애인 야당의원을 신체적으로 비하한 말이 폭로돼 시끄러웠다. 이에 야당은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냈는데, 그 발표자가 정동영 대변인이었던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설화를 자초해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장애인 비하로 비칠 만한 발언을 연발해서다.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의 공식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전국장애인단체는 망언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 대표는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가 이번처럼 구설에 오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세상 살다 보면 말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정치인의 말은 다르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자칫 치명적일 수 있고, 말 실수가 잦으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서다. 정치는 곧 말이라 했듯이 정치인의 말에는 진중함이 있어야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은 그에 딱 맞는 격언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