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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칼럼]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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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27 19:04: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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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고개를 숙이고 다닐 것이다.” 20여 년 전 필자가 휴대전화가 어떻게 진화해갈 것인지 예측하며 한 말이다. 우려 섞인 전망이었는데 세상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똑똑한 기계(smartphone) 때문에 얼빠진 존재(zombie)가 되는 역설을 경험하는 스몸비(smombie) 시대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문명의 이기가 해기(害器)가 될 수 있다는 모순은 인류역사에서 반복되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스마트폰의 특성은 유별나다. 그것이 오늘날 ‘삶의 패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스마트폰은 사람에게 ‘애완기기’이자 ‘반려기기’이다. 그것을 ‘가지고 놀기’ 때문이고 ‘항상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을 정도다. 이는 각 개인을 ‘자기 고립화’에 이르게 한다. 만남과 모임의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경우를 일상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전체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최고의 복합기기이다. 손 안의 고성능 컴퓨터를 넘어 카메라에서 위성위치확인 시스템까지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모든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은 사람의 ‘손 안에 모든 것’을 쥐어 주기 위해 스마트폰 안에 모든 것을 넣어 주었다. 산업의 역사에서 하나의 기기가 이런 독재적 전체주의를 실현한 적은 없었다.

인간은 디지털 독재자를 손 안에 쥐고 있으니 행복감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고립화, 독재, 전체주의는 그것이 정치·경제적 차원이든 사회·문화적 차원이든 인류의 삶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스마트폰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의 문제는 자라나는 세대의 중요한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경남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내용도 있다. 지금까지 경남의 대부분 학교에서는 등교 시에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가 하교 시에 돌려주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은 당연히 있다. 문제는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모두 사항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수거를 찬성하는 측은 스마트폰의 상시 휴대는 ‘공고육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으며, 특히 수업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교육이 계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상시 휴대를 찬성하는 측은 학생들은 ‘미래 세대’이기 때문에 디지털 세계에 충분히 익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교육 보장을 위한 것이든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든 이 논쟁에서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다양성의 문제이다. 다양성의 중요함은 여러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는 그것이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정 집단을 이루는 개체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환경이 변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매우 취약하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그에 대한 반응과 해결 방식이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문제가 없는 세상은 없다. 학생이든 어른이든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해야 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다양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스마트폰 안에 다양한 것이 잔뜩 들어 있잖아요!’라고 할지 모른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자기 안에 흡수 병합하고 있는 ‘전체주의적 기기’라는 뜻이다. 이는 당연히 삶의 방식을 획일화한다. 학교 밖에서 이미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학교 안에서 상시 휴대하면 학생들의 행동은 학교 안에서조차 획일화된다. 수업 중에 딴청을 하더라도 그 딴청들이 다양한 것이 좋다. 옆의 학생과 잡담하거나 다른 책을 보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하는 다양성은 오히려 미래 세대의 건강 지표이다. 반면 스마트폰의 획일적 사용은 ‘딴청의 다양성’조차 없앤다.

미래 세대라는 관점에서도 스마트폰을 포함한 현재 디지털 문명의 패러다임이 영속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의 10대가 장년이 되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30, 40년 후의 문명적 패러다임을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오늘의 과제는 지금의 세대가 미래에 ‘디지털 전체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도록 기초 작업을 하는 데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도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것을 인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연관해 논란이 있는 것이다. 인권에 관해서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호흡이 긴 논의가 필요하지만, 모든 제한이 인권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는 말만 해두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의 문제를 사회·정치적 차원에서만 보는 데 습관된 시각이 놓치는 게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인권은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차별 등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똑똑해 보이고 매혹적인 문화 산물이 우리 삶에 수없이 침투하는 시대에는 문화적 억압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인권의 문제이다. 정치·사회적 인권과 함께 ‘문화적 인권’에 관한 인식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문화적 인권의 문제를 연결하면,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상한다. 스마트한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다. 오늘날 결여된 건 오히려 삶의 밸런스이다. 균형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살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끝으로 현실적 해결책으로 간단한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스마트폰을 의무적으로 맡기게 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맡겼다가 필요에 따라 찾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즉 자율적 행동을 유도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 조례 제정 논쟁에서도 이 점이 빠져 있다. 튼실한 미디어 교육을 통한 자율성의 신장이 중요하다. 혹자는 이것의 실효성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지 모른다. 물론 쉽진 않다. 하지만 모든 자율적 행위는 발동이 걸리면 전염성을 가져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퍼질 가능성도 높다. 이는 학생들에게 자긍심, 성숙함, 공동체 의식 등을 고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 또한 중요한 교육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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