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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문제는 ‘어떻게’다 /권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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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18 19:19: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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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바다 건너에 아름다운 섬이 있다. 그 섬은 누가 보더라도 멋진 곳이어서 다들 가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그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다에는 상어가 출몰하고 폭풍도 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물에 뛰어든 이가 있었지만 독한 시련 끝에 불행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자, 이만한 사정이라면 이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어떻게’ 무사히 저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2011년 통과되었으나 미뤄졌던 강사법이 확정돼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대학은 이제 강사에게 주당 6시간 이상의 강의를 반드시 배정하고 1년 이상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 강의가 없는 방학 중에도 보수를 지급해야 할뿐만 아니라 4대 보험 가입에 퇴직금도 제공해야 한다.

고단한 처지에 있던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 불안을 덜어주려는 강사법의 목적은 아름답다. 누가 이 법이 꿈꾸는 세상을 옳지 않다고 말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시행이 네 번이나 미뤄진 것은 재정 부담을 우려한 대학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대량해고에 대한 시간강사 자신들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걱정은 타당하다. 어째서일까.

대학으로서는 각 강사에게 줄 6학점을 무조건 만들어내어야 하는 교과목 배정도 난제이지만, 자금 부담이 역시 가장 큰 문제이다. 국회 교육위원장은 ‘강사 지식의 착취’에 ‘상아탑이 아니라 돈탑’이라는 섬뜩한 표현으로 대학들을 통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나라의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분이 설마 대학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테니, 역시 무지보다는 위선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셀프인상하고 있지만,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라 대학등록금은 2011년 이후 오랫동안 동결상태이다. 거기다 교육부의 드라이브로 입학정원이 감축되어 등록금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물가는 어김없이 오르고, 사활이 걸린 교육부 평가 통과를 위해 교육비 환원율, 취업률 등 각종 지표를 피나게 관리하다 보니 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동문회로부터 큰 기부금이 들어오는 서울의 몇몇 대형대학을 제외한 사립대학들은 재정적으로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 강사법에 따른 추가지출 규모가 예산의 2%에 못 미치는데도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인건비 비중이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대학 예산에서 이는 숨 막히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정을 잘 아는 정부당국이 지원을 약속했으나, 교육부가 요청한 550억 원의 관련예산은 절반 수준인 288억 원으로 삭감됐다. 고액연봉 교수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그로 인한 지출 절감 효과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입학생 감소로 상쇄되어 버릴 것이다.

흐르는 물을 사방으로 막아버리면 빠져나갈 틈새를 찾게 마련이다. 대학들은 졸업학점과 개설과목을 줄이는 한편 사이버강의를 늘리고 전임교수들에게 수업을 더 맡기는 방법으로 강사 수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꼼수’라고 비난하지만 이제 좀 솔직해지자. 사정을 뻔히 알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아무래도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만든다. 결국 이 문제는 대학의 손을 빌려 강사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한계대학이 재정 부담으로 무너지면 대학 구조조정 효과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고의 혹은 미필적고의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강사법 문제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사회도처에 초래된 파국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지식 착취’를 꾸짖는 국회의 비정규직 착취는 어찌할 것이며, 대학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하는 언론사의 비정규직 문제는 누가 대신 부끄러워해 줄 것인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이나 엊그제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처럼 가슴 미어지는 일들은 내일도 반복될 것이다. 이는 더는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다급한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이다. 절박하다고 해서 최저임금정책이나 강사법처럼 대책 없이 밀어붙여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일이 아니다.

바다 건너의 섬은 아름답고, 우리는 그곳에 정말 가고 싶다. 하지만 도덕적 알리바이를 위해 아무 대책도 없이 또다시 저 바다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일은 이제 그만하시라.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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