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가스 통신 등 도로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종류와 위치 등을 표시한 부산시 지하공간통합지도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도로 굴착 과정에서 파열된 도시가스관이 지도상에 표시된 1m보다 훨씬 얕은 깊이로 묻혀 있었던 것이다. “공사를 하려고 파보니 20㎝ 깊이밖에 안 됐다”는 해운대구청과 “규정대로 지하 50㎝에 묻었다”는 부산도시가스 측이 진실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부산시 지하공간통합지도는 도로 밑에 가스관이나 상수도관을 새로 묻거나 보수할 때 시공회사가 다른 시설물을 파손하지 않도록 참고하기 위해 15종류의 시설정보를 종합해 만든 것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2015년 해운대구가 제일 처음 작성했고 지난 6월엔 15개 구·군도 작업을 완료해 현재 부산시 지하시설물 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던 부산시의 설명은 무색해졌다.

문제 구간의 도시가스관은 2005년도에 시공됐다고 한다. 해운대구청은 당시 관 매설 깊이가 지하 1m로 표시된 도시가스측의 설계도를 믿고 준공허가를 했고 이 정보가 지도작성의 기초데이터가 됐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 측은 설계서상 지하 50㎝였고 구청이 이번 사고 이후 매설 깊이를 잘못 측정한 것이라고 맞서는 상태이다. 가스관 설계상의 깊이는 물론, 뻔히 보이는 실제 매설 깊이조차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니 이번에 파열사고가 난 지점 뿐 아니라 통합지도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됐다.

이달 초 지하난방관 파열로 2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일산 사고에서 보듯 부산도 이런 엉터리 지도만 믿고 도로굴착작업을 하다 언제 어디서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스관 매설을 수행한 시공업체가 설계서와 다르게 공사했을 가능성이 물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 감독하고 확인해야 할 책임은 해운대구청과 도시가스 측에 있다. 지도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오류가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