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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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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06 19:25:1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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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에다 최저의 합계출산율을 해마다 경신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집단자살 사회’라 지칭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합계출산율은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지표로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이 돼야 한다. OECD 35개 회원 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8인데, 우리나라는 2017년 1.05였다. 인구 현상 유지 수준의 절반도 안 된다.
   
1970년엔 100만 명이 태어났고 합계출산율이 4.53이었다. 1983년엔 77만 명이 태어나 합계출산율이 2.06이었다. 이때가 현상 유지 수준을 기록한 마지막 해였고, 이후 계속 떨어졌다. 1987년엔 62만 명만 출생해 합계출산율이 1.53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저출산 국가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당시 우리나라는 출산 억제정책을 쓰고 있었다. 마침내 2001년엔 55만 명만 출생했고 합계출산율이 1.3이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활적 시점이었다. OECD가 합계출산율 1.3 이하를 ‘초저출산’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비상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그런데 2001년부터 지금까지 18년 연속 초저출산 상태다.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까. 국가의 총체적 실패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올해 9월 출생아 수는 2만61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3%나 줄었다. 올해 1~9월 출생아 수는 25만21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올해 1, 2분기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1.07과 0.97이었고, 3분기엔 0.95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1.0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하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전례는 없다. 높은 영아사망률과 전쟁·기아 등으로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미래세대가 아예 출생하지 않아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일은 없었다.

이른바 ‘집단자살 사회’에서 태어나지 못한 세대는 회복할 방법이 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저출산과 지난 18년 동안 계속된 초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앞으로 가파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절벽이자 국가 대재앙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제는 빠른 속도로 활력을 잃게 된다. 1970년엔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이들의 47년 후배 세대인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에 그쳤다. 이런 인구 구조로는 미래 세대가 노인 부양을 감당하지 못한다. 장차 복지를 떠받치는 세금은 고갈되고 사회안전망도 대부분 붕괴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국가재정은 파산으로 내몰릴 것이다.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핵폭탄 이상의 폭발력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특단의 대책도 없다.
그렇다고 역대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합계출산율 1.08을 기록했던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고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2006년부터 5년 주기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했다. 2006년 시작된 제1차 기본계획과 2011년 시작된 제2차 기본계획에 따라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80조 원이 넘는다. 2016년부터 시작된 제3차 기본계획에 따라 최근 3년간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63조 원이다. 그러니까 지난 13년 동안 저출산 예산으로 143조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졌다. 이는 기존의 관성적 방식으로는 무슨 사업을 하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패러다임 전환의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79일 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본은 2015년 인구 전담 장관직을 만들었다. ‘1억 총활약상’이 그것인데, 주된 역할은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으로 최저치였으나 지난해엔 1.44였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사태를 직면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출산율 수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주도의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것도 구체적 내용과 방식이 기존의 관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는 인구절벽이라는 국가 대재앙을 감당하기 어렵다. 저출산 해법은 일자리, 경제, 보육·교육, 일·가정 양립, 임신·출산, 아동·가족·여성, 주거, 의료·요양 등을 포함해 정부의 모든 부처에 걸쳐 있다. 그러므로 부처 간 칸막이를 넘나들며 통합적 실천을 해야 한다. 게다가 소득 불평등 해소와 함께 성 평등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결국 스웨덴의 경험에서 보듯 성장 엔진을 탑재한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들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구절벽의 대재앙을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믿음을 갖고 지지를 보낸다. 저출산 극복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곳, 바로 ‘인구 장관’이 필요한 이유다.

   
인구 장관은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국민행복의 복지국가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와 사회 부처를 통합적으로 넘나들며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려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이끌어갈 특별 임무를 맡은 자리다. 초저출산의 인구절벽 앞에선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 보수야당도 반대하진 못할 것이다. 이미 출산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동수당 등 출산과 관련된 보편적 복지를 전향적으로 수용했던 제1야당이 인구 장관직 설치를 반대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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