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대부분 우리가 잘 모르는 첨단기술이어서 실감하기 어려웠다. 이번엔 누구나 알 수 있는 분야인 인사관리 분야의 혁신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시험 치고 선생님께 성적표를 받고, 조직생활을 통해 매년 성과 평가를 받으면서 과연 평가가 공정할까 하는 의문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내 경쟁을 유도, 동기 부여를 통해 승진이나 보상으로 우수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 차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왔다. 그런데 2016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기존의 연간 성과 평가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술과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1년 단위 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고, 창의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상황에서 순위를 정해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미국 경기선행지수 중 하나인 콘퍼런스보드가 글로벌 CEO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O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인적자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은 혁신, 생산성 제고, 사업성장 등이 주목 받았지만 2013년부터 인적자원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CEO들의 이러한 인식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인사영역에서 혁신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와튼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과거 굴뚝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는 인사 담당자가 적지 않지만 이제는 인사관리에 전면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정보통신 등의 신기술로 채워지는 조직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인사 부서의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야흐로 인사관리 분야에도 데이터분석(HR Analytics)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 수학,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인사관리와 큰 관련이 없었다. HR Analytics는 HR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세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협업을 해야 한다. 구글은 “사람과 관련한 모든 의사 결정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실시된다”고 말한다. 구글은 인재운영 부서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해당 부서 하부 조직인 People Analytics에서 각종 빅데이터 분석이 이뤄진다. 여기선 채용, 유지, 인력수요 예측 등과 관련된 각종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사업 니즈에 따라 다양한 분석 기법을 만든다. 구글에선 천재적 개발자의 가치를 숫자로 계산해본 결과, 평범한 이에 비해 300배 정도 중요한 성과를 창출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파이랩(PiLab)이라는 응용 연구를 하는 팀도 있다. 이들은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업무 환경에 대해 실험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접시 크기를 조금 작게 만들어 직원들의 칼로리 섭취를 줄여 건강을 개선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사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한다. 모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관련 정보나 인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 의견도 수렴하며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제록스는 한동안 콜센터 직원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신입 직원 상당수가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의 다양한 데이터와 장기근속 간 관계를 분석했다. ‘이전 직장에서의 근무 경험’이 장기근속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데이터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창의적 성향’을 지닌 직원일수록 오래 근무하며 성과도 우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결과를 직원 선발 기준에 반영했고, 그 결과 신입 직원의 조기 이직률이 6개월 만에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디즈니랜드 방문 고객 수는 계절 날씨 이벤트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들쑥날쑥한 고객 수에 맞춰 직원을 배치하는 일이 큰 골칫거리였다. 디즈니는 테마파크의 인력 운영을 최적화하기 위해 예측 애널리틱스를 활용한다. 테마파크 입장객 수, 예약된 호텔 객실 수, 올랜도 지역의 날씨 등을 시뮬레이션해 향후 6주간 필요한 직원 수요를 예측했다. 예측 결과는 채용, 이동, 배치에 반영된다. 이처럼 가장 전통적인 인사관리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인맥이나 학벌만 보고 직원을 뽑거나 구태의연한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