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2.4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질병이나 부상 없이 보낼 수 있는 건강수명은 64.9세에 불과하다. 결국 17.5년간은 각종 질병으로 집이나 요양시설 등지에서 보내야 한다.

길어진 수명만큼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돌봄의 운영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미국의 노인, 장애인 업무는 연방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생활국에서 관장한다. 미 연방 복지정책에서는 커뮤니티 생활보장이 복지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인과 장애인은 복지시설보다 정들며 살아왔던 동네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 동네야말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소중한 삶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네중심의 복지는 노인, 장애인의 시설거주 비용을 절감시키며(연간 1인당 요양시설 약 8500만 원, 공공장애인거주시설 2억6500만 원 소요) 동네공동체의 역량과 자원으로 개인과 가족에게 많은 혜택과 지원을 줄 수 있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복지서비스 운영을 시설 위주에서 지역사회 보호중심으로 정책적 전환을 해왔다. 영국은 1991년 커뮤니티 케어법을 제정, 돌봄운영체계에서 시설보호보다 지역사회중심의 커뮤니티 케어로 전환했다. 정책운영도 1970년대부터 아예 지방정부가 스스로 사회서비스국을 설치케 하여 주도적으로 사회서비스 정책을 추진하게 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지역 특색에 맞게 이용자들의 욕구 중심으로 케어 패키지를 구성해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지나치게 시설위주로 운영되는 데 대한 반성으로 2005년부터 지역사회 중심의 포괄적인 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니라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보험자인 일본에서는 각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지역포괄 케어계획을 수립해 지역사회돌봄의 정책 운영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체계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케어정책은 그동안 시설중심, 칸막이식 사업중심, 중앙정부의 하향적 사업방식에서 지역사회와 이용자중심의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돌봄정책의 전환이라고 생각된다.

커뮤니티케어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기초지자체가 스스로 커뮤니티 케어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잘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의 확보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영국 일본 등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사가 요양대상자의 급여관리에만 주력했지 지역사회 내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책적 협력경험은 거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처럼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재정적 책임은 중앙정부가 맡고 구체적 운영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복지분권화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커뮤니티 케어는 그저 이름에 불과할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운영이 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과 장애인돌봄은 시설보호의 의존경향이 높은 실정이라 지역사회 재가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했을 때 개인과 지자체에 더 많은 편익이 가도록 서비스 운영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이용자 중심의 포괄적 서비스 지원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각 부처가 개인에게 주는 300여 가지의 사업과 서비스 내용을 개인 이용자 중심의 패키지정책으로 바꿔 이용자 중심으로 실질적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증 요양대상자뿐 아니라 만성질환자도 포함한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서비스의 강화도 중요하다.

백세 인생시대에 은퇴 후 맞게 되는 긴 노년기, 요양 등 갈수록 늘어나는 의존적 생애기간 등을 감안할 때 내가 사는 곳을 떠나지 않고 익숙한 동네에서 질 높은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돌봄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네공동체가 주민의 생활보장에 실질적 해법이 되는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