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의 실체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웹하드·필터링·디지털 장의업체는 ‘3각 카르텔’을 구축해 돈을 벌어들였다. 웹하드 업체 실소유주가 필터링 업체까지 소유하면서 헤비업로더(다량 게시자)를 관리하고 음란물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 이 사이에 음란물은 인터넷상에 여과 없이 유통됐다. 그런데도 이런 담합을 제재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없는 무방비 상태였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에 이은 처벌 강화 등 법적인 보완이 시급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16일 발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면 불법음란물을 집단으로 유통하는 수법은 기가 찬다. 양 회장은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는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파일노리’, 이를 걸러주는 필터링 업체 ‘뮤레카’,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업체 ‘나를 찾아줘’를 소유하면서 헤비업로더들과 유착하는 방식으로 카르텔을 구축했다. 유포된 불법음란물은 2013년 12월 4일부터 올해 9월 26일까지 총 5만2500여 건으로 파악됐다. 불법촬영된 음란영상물(리벤지 포르노)도 100여 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양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디지털 장의업체에 ‘리벤지 포르노를 지워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이것을 도리어 웹하드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밝혔다. 음란물을 올려 돈을 벌고 필터링으로도 수익을 내는 한편 피해자에게 영상물 삭제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또다시 수익을 창출했던 것이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최근 1년간 매출액만 550억 원에 달했고, 양 회장은 70억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웹하드 카르텔을 깰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현재 상태로 방치하면 거대한 산업이 될 우려가 높은데도, 근절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웹하드는 방송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과 같이 강제로 규제하는 장치가 없다고 한다. 음란물을 유통하다가 적발돼도 과징금을 내면 되고 형사 처벌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음란물 유포자, 유통 플랫폼, 소지자를 모두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수준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필터링을 국가나 공공기관이 하는 감시 기능 강화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