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으로 이름난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이 그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잇따라 내놓은 폭로와 호소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귀를 의심하게 하고 놀랄 만한 게 한둘이 아니어서다. 알다시피 이들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해 우리나라 컬링 역사상 최초의 메달인 은메달을 따냈다. 이 덕에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더욱이 ‘영미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스타로 떠올랐고, 컬링뿐 아니라 다른 비인기 종목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

그런 ‘팀 킴’이 그간 부당한 처우와 지도자(감독단)의 전횡 및 폭언·욕설, 팀 분열 시도 등에 시달렸다는 것을 폭로·호소하고 나섰으니 세간의 시선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이들 선수 5명은 현 감독단과 더는 운동할 수 없다며 감독 교체와 함께 당국의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놓고서는 감독단과 진실 공방까지 빚어지는 형국이다. 마치 진흙탕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던 컬링팀이 어떻게 이런 파국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이 든다.

이들의 폭로·호소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와 진실 여하는 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겠지만, ‘선수들이 오죽하면 이렇게 총대를 메고 나섰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최악의 경우 은퇴까지 고려한다니 말이다. 이들은 부녀와 부부 등 가족 일가로 이뤄진 감독단이 개인적 목적으로 팀을 사유화하고, 선수들의 각종 대회 상금과 격려금 등을 제대로 공개하거나 배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 출전도 저지당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문화체육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오는 19일부터 3주간 대한체육회·경상북도와 공동으로 특정감사를 벌인다고 한다.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 사유화, 회계부정 등에 대한 선수들의 폭로와 의혹 제기가 나온 만큼 행정당국은 철저한 감사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에 따라 엄중 문책하는 게 마땅하다. 그 전에 현 지도부는 자진 사퇴의 대승적 자세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팀의 생명과도 같은 선수·감독 간 신뢰관계가 이미 깨졌고, 도의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