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고등학교에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이 실시된다고 한다. 부산시와 시교육청, 시의회는 어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오거돈 시장과 김석준 시교육감이 지난 6월 19일 체결한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만들기’ 협약에서 고교 무상급식 전면화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과 공동 추진을 약속한 이후 5개월 만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셈이다. 그러잖아도 고교 무상급식이 전국 시·도에서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당연한 조처로 여겨진다.

발표 내용을 보면 2019년 고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20년 2학년, 2021년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소요 재원은 부산시 40%, 시교육청 60% 부담으로 정해졌다. 이로써 2021년이면 부산의 초중고교 모두에 무상급식 시대가 열리게 됐으니,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처럼 지방 교육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무료 제공 차원을 넘어 이뤄낸 협치의 결과이고, 보편적 복지와 교육자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 미흡하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전면이 아닌 단계적 실시라는 점에서다. 물론 전반적인 예산 사정이 녹록지 않은 까닭이겠으나, 인근 시·도에 비해서는 다소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울산은 지난 9월부터 고교 전면 무상급식에 들어갔고, 경남은 내년부터 전면 실시하기 위해 예산안을 편성한 상태다. 현재 국내 7개 시·도가 고교생까지 무상급식을 이미 시행 중인 데다 광주·대전·충남·충북 등에서는 내년부터 고교 전면 실시를 천명하고 있다.

단계적 실시라 해도 연간 소요 재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헛일이 된다. 내년 고교 1학년까지 실시할 경우 부산의 초중고교 무상급식 예산으로 1690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시와 시교육청, 시의회는 고교 무상급식 재원이 안정적으로 조달되도록 협력하는 게 마땅하다. 그뿐 아니라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급식의 질이 떨어져서는 무상급식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고교 전 학년의 전면 무상급식을 가능한 앞당기는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