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6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의 입지를 탈환한 것은 8년 만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 쏠렸던 의회권력이 ‘상원-공화, 하원-민주’의 분점 구도로 바뀌게 됐다.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됐다. 중간선거 결과와의 연관성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미 의회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관한 주요 권한은 상원에 있다. 평화협정이나 수교 등 조약 비준 동의권이다. 하지만 하원에도 상원이 갖지 못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다. 정부 예산 심의권과 정부 정책을 견제·감시하는 감독청문회 제도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대북 협상 예산에 제동을 걸거나 청문회를 통해 협상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대북 정책에 관한 감독청문회를 적극적으로 열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나온 터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성과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선에 성공하려면 국내의 정치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외교 실적이 필요해서다. 대북 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이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는 현재 입장보다 더 강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당사자인 북한은 물론 중재자인 우리 정부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변수다.

협상 환경이 이처럼 까다로워질수록 북미의 담대한 결단은 더욱 간절해진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도) 미국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통 큰 제안이나 양보를 북한이 한다면 미국은 초당적으로 갈 것”이라는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전망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접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